네타냐후 “새 휴전안 합의된 바 없어”

2024-06-04 13:00:00 게재

“바이든이 3단계 휴전안 일부만 공개” … “인질송환·하마스제거 목표 그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간의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3일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물통을 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휴전 제안과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전쟁 중단과 인질 석방 기대가 다시 멀어지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공개한 3단계 휴전 제안이 전시내각을 비롯해 이스라엘 내부 여론의 분열을 부른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바이든이 공개한 휴전안이 전체 내용이 아니라고 말해 견해차를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WP)와 타임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의 데이비드 멘서 대변인은 3일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휴전안의 개요는 일부분이며 전쟁은 인질 송환을 목적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질이 돌아온 뒤) 이스라엘의 목적인 하마스 제거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논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도 의회(크네세트) 외교국방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우리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에 동의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의 군사 및 통치 능력의 완전한 파괴로 이어지지 않는 어떤 협상도 시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된 휴전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이 새롭게 제안한 3단계 휴전안을 카타르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내용이 공개됐다.

휴전안은 △6주 동안 완전한 정전과 이스라엘군의 모든 인구 밀집 지역 철수 및 일부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비롯한 영구적 적대행위 중단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구성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바이든과 네타냐후 간 의견차가 가장 큰 것이 1단계와 2단계 사이의 전환기”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에 방점을 두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2단계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네타냐후는 지속적인 휴전이 이뤄지기 전에 하마스의 완전한 파괴가 달성돼야 한다는 게 변함없는 전제 조건이라는 종전 입장을 다시 되풀이한 것이다.

네타냐후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에서도 “우리는 하마스 제거라는 전쟁의 목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두 가지 목표(인질 송환과 하마스 제거)를 모두 달성해야 한다”며 “이는 내가 추가한 것도 아니고 전쟁 내각에서 만장일치로 동의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의 통치를 종식하고 이 조직을 해체하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거듭 피력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바이든이 휴전안을 공개한 지난달 31일 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이스라엘 연정 내부의 극우파는 하마스를 제거하지 않고 전쟁을 끝내는 협상을 체결하면 연정을 무너뜨리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도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숨기고 있다고 비난하며 연정 붕괴 위협을 반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스모트리히 장관도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위험한 제안은 전쟁 내각이 불법적으로 권한을 벗어나 제안한 것으로 이스라엘은 이에 구속되지 않는다”며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1일에도 추가 성명을 내는 등 하마스의 군사와 통치 역량 제거, 모든 인질의 석방 등 전쟁 종식을 위한 이스라엘의 조건은 바뀌지 않았다고 연이어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과의 이같은 균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3단계 휴전안 합의 성사에 대해 “공은 하마스에게 넘어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우리가 이스라엘과 함께 작업한 휴전안을 하마스가 지난달 30일 밤에 전달받았다”면서 “하마스는 거래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