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지배구조, 당국 기준에 미흡…경영승계절차·사외이사 운영

2024-06-04 13:00:13 게재

금감원 작년말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 가이드라인 제시

이후 첫 문제점 지적 … 지난해 검사결과에 따른 개선 조치

은행지주·은행 정기검사 과정서 지배구조 집중 점검할 듯

신한금융지주가 최고경영자 경영승계절차와 사외이사 운영 등과 관련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금융당국 검사 결과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준과 비교해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지난해말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best practice)’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점 지적은 모범관행 발표 이후 은행지주 중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신한금융지주에 대해 경영유의 사항 5건, 개선사항 9건의 제재조치를 했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최고경영자 및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절차의 투명성·공정성·절차적 정당성 제고’, ‘사외이사 평가제도, 임기정책 및 운영개선’ 등 2건의 개선사항이 지적됐다.

금감원장 “기업 건전한 지배구조 형성 유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보다 중시하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형성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금융감독원 제공

◆CEO 외부후보 선정 기준 없어 = 신한금융지주는 내규에 지주회사 및 자회사 CEO 후보군 선정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내부 후보군에 대해서는 연령, 경력 요건, 특정 직급 이상 등의 선정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외부 후보군에 대해서는 선정기준이 없어 후보군이 자의적으로 결정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주회사 및 자회사 CEO 후보 추천시 단계별 심의·압축(후보군-승계후보군-압축후보군-최종후보) 방식으로 진행하면서도 경영승계계획 등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르면 외부후보군을 포함할 경우 자격요건, 추천 경로 및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인 검증절차를 마련하며,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내부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자에게도 비상근 직위부여, 은행의 역량개발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 등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경영승계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계별 평가 결과에 관한 기록을 유지·관리해야 하고 이에 관한 내용을 내규에 명시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했다.

◆사외이사 운영 미흡, 경영진 견제기능 약화 우려 = 금감원은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경영유의 사항으로 ‘사외이사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다. 지난해 3월말 기준 그룹위험관리위원회의 경우 법률 및 IT 전문가 등 리스크관리 부문의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로 위원회가 구성돼 있어서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시 가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개선 사항으로는 △사외이사 평가제도 △사외이사 임기정책 △이사회 의사록 작성기준 △사외이사 정보제공 등을 꼽았다.

신한금융지주는 내규에 따라 4개 항목(전문성, 직무공정성, 윤리책임성, 충실성별로 3개의 평가문항 책정)에 대한 자기(self) 평가, 이사회 평가, 지주회사 직원 평가를 반영해 사외이사를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평가 반영 비중이 30%로 다른 지주회사(0~20%)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객관적 평가지표가 없는 가운데 검사대상 기간 중 모든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결과가 우수 등급 이상으로 도출되는 등 평가에 변별력이 없어 제도의 취지가 구현되기 곤란하다”며 “자기평가 반영 비중이 현격히 높아 평가의 관대화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임기정책과 관련해서는 “모든 사외이사의 임기만료일이 동일해 일시에 사임하는 경우 업무의 연속성이 저해되고 경영진 견제기능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며 “임기 연한을 조정하는 등 관리 방법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이사회 의사록 누락 부분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CEO 임기 만료에 따른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최종 후보 추천 후 간사의 기억과 메모에만 의존해 사후적으로 의사록을 적성하는 등 논의의 객관성·투명성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검사대상 기간 중 총 236회의 이사회 및 이사회 내 위원회 가운데 55회는 안건 제공 기한을 준수하지 않는 등 사외이사에 대한 정보제공이 미흡했다”며 기한 내 자료 발송을 개선사항으로 지적했다.

금감원이 마련한 모범관행에 따르면 은행지주와 은행은 이사회, 소위원회,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항목·내용 등을 정기적(최소 연 1회)으로 정비하고, 평가체계의 적정성을 객관적인 방법을 활용해 주기적으로(최소 매 3년) 점검해야 한다.

◆금감원 “이번 조치와 모범관행은 별개”, 신한 “90% 이상 개선” = 금감원은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조치가 지난해 정기검사에서 지적된 것인 만큼 지난해말 발표된 모범관행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모범관행 이전에도 검사를 통해 지배구조와 관련된 지적이 꾸준히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재 논의 시점에 모범관행이 만들어지고 발표된 만큼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 현재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정기검사에서도 지배구조 관련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 정기검사 착수배경에 대해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지주 및 농협은행의 경영 전반 및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 진단해 개선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정기검사에서도 지배구조 관련 부분이 중요 점검 사항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정기검사는 2022년 상황을 점검해 나온 지적”이라며 “사외이사의 자기평가 비중을 0%로 하는 등 지적사항의 90% 가량을 이미 개선했고,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달부터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은행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에 대한 면담을 시작했으며, 신한금융지주·신한은행 이사회와 가장 먼저 면담을 진행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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