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으로부터 연락받았다”
최재영 목사, 김건희 여사에 청탁 후 대통령실 전화
카톡 공개 … “은밀히 전달” “사무실로 오시면 좋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의 청탁을 처리하기 위해 대통령실과 국가보훈처 직원이 움직인 정황을 보여주는 녹취록이 공개돼 주목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가 지난달 31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제출한 대통령실 조 모 과장과의 통화 녹취를 최근 공개했다.
녹취에서 조 과장은 지난 2022년 10월 17일 최 목사에게 전화해 “김창준 의원님 건으로 ‘서초동’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청탁 내용을 검토한 결과를 설명했다.
앞서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명품 화장품과 향수를 선물한 2022년 6월부터 명품가방을 건넨 그해 9월 사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환영 만찬 초청,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및 국립묘지 안장, 자신이 운영하는 ‘통일TV’ 방송 송출 재개 등을 청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과장이 언급한 ‘서초동’은 김 여사측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 전 하원의원과 관련한 청탁에 반응을 보인 것이라는 게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측 주장이다.
실제 조 과장은 김 전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과 관련해 “말씀을 전해 듣기로는 우선 절차를 좀 많이 밟으셔야 되는 상황”이라고 국가보훈부와 협의한 사실을 밝히며 국립묘지 안장 요건과 신청절차, 국립묘지 상황 등을 전달했다.
조 과장은 또 “어떤 담당자분이신지 그 해당 부서의 담당자를 알려드리면 될까요?”라고 묻고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보훈부 송 모 사무관의 연락처를 안내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나흘 뒤 송 사무관과 통화하면서 조 과장에 대해 물었고, 송 사무관은 “저와 그분은 통화한 적은 없고 파견 나가 있는 과장님께 말씀을 하셨나보더라”고 답했다.
서울의소리는 “녹취록에는 송 사무관이 김 전 하원의원의 부인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김 전 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며 “대통령실과 국가보훈부가 김 여사의 청탁 관련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행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만나게 된 과정도 공개됐다. 언론에 공개된 최 목사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보면 최 목사는 2022년 6월 3일 김 여사에게 취임 축하 선물로 샤넬 화장품 등을 마련했다며 “부담 갖지 마시고요. 은밀하게 전달만 해드리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여사는 “언제 사무실로 한번 오시면 좋죠”라고 답했다.
최 목사는 또 그해 6월 17일 “주중에 연락주신다하셔서 기다리는 중”이라며 샤넬 로고가 새겨진 종이가방 사진을 올렸다. 최 목사는 이어 “그냥 평범한 만남 인사”라며 “아시다시피 저는 청탁이나 그런 거 아니고 요란하게 떠벌이는 사람도 아니고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김 여사는 “월요일 두시 정도 어떠세요, 티타임”이라고 답했다. 실제 최 목사는 그 다음주 월요일인 6월 20일 김 여사와 처음 만났고 이날 샤넬 화장품과 향수 등 180만원 상당의 선물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하원의원 관련 청탁 메시지를 보낸 것은 김 여사와의 첫 만남 직후였다. 그는 김 전 하원의원에 대해 “국가 원로로서 제대로 국정자문위원을 임명해 주면 좋을 듯하다”고 했다.
최 목사는 김 전 하원의원을 포함한 ‘전직 미국 연방의원협회’가 방한한 다음날인 7월 10일에도 “여사님이 공식적으로 접견” 또는 “대통령 내외분이 함께 접견”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김 여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당시 김 여사나 윤 대통령의 공개 일정에는 김 전 하원의원을 만났다는 내용이 없어 접견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