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리당략’에 법률도 ‘모르쇠’
여가부장관 공석 100일 넘어 … 민주당 “고의 공석, 직무 유기”
북한인권재단 9년째 가동 못해 … 특별감찰관 8년째 ‘멈춤’
정치권이 입맛 따라 법을 지키지 않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법을 만들거나 고치는 입법부가 법을 오랜 시간 동안 준수하지 않는 ‘이율배반’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북한을 자극할 것으로 우려해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을 외면하면서 9년째 가동을 막아서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후보 추천에 미온적으로 대응, 2016년 이후 작동하지 않고 있다.
모두 법을 무력화하는 일이다. 정부조직법에 직제가 있는데도 100일 이상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조차 하지 않는 것 역시 법으로 정한 대통령의 의무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윤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장관 지명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4일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고의로 비워두는 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대통령 직무를 심각하게 유기하는 것”이라며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만들면서 여가부를 슬쩍 해체할 꼼수는 깨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5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 실패에 대해 우려한다”며 “장관 임명”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윤 대통령은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잼버리 파행에 책임을 지겠다며 제출한 사표를 2월20일에 수리한 이후 100일 이상 후임 장관을 지명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여당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과 함께 여성가족부를 저출생대응기획부에 편입하거나 없애려 한다고 보고 ‘반대’입장을 명확히 밝혀놨다.
여성가족부의 이름을 바꾸더라도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 심사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문제를 연계해 거론할 전망이다. 여성가족부 장관 부재상태가 ‘법 무력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비위 의혹이 확산되면서 ‘영부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특별감찰관 공석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3월에 도입했지만, 3년 임기의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수사 누설 의혹으로 1년 반 만인 2016년 9월에 사임했고 이후 7년 넘게 공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특별감찰관에겐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의 비위행위 등을 감찰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대통령실은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추천해야 되기 때문에 국회에 공이 넘어간 상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심중’을 헤아리는 여당은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