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도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혐의’ 인정

2024-06-05 13:00:38 게재

첫 보고서에서 “안전 의무 다하지 않아”

최종 이첩에선 제외 … 외압 규명 필요

오동운 “진실 파헤칠 때까지 열심히 조사”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을 재검토한 첫 보고서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 사실을 적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초동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과 같은 판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에서는 임 전 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돼 이 과정에 대통령실 등의 외압이 있었는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국방부 조사본부가 최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채 상병 사망사고 관계자별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의 단서가 되는 정황 판단’ 보고서를 보면 조사본부는 이 사건을 먼저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던 8명의 혐의자에 대한 판단 내용을 적시했다. 임 전 사단장 등 6명에 대해선 구체적 혐의 내용을 담았고, 최초 수색팀에 편성되지 않았다가 임의로 합류한 2명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조사본부는 특히 전체 13쪽 분량의 보고서 중 3쪽을 할애해 임 전 사단장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이 “‘(수변에)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아야 한다’, ‘가슴 장화를 신어라’ 등 구체적 수색방법을 거론하는 바람에 채 상병이 장화를 신고 수중 실종자 수색을 하게끔 함으로써 안전한 수색 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조사본부는 또 임 전 사단장이 “복장 착용 미흡, 슈트 안에도 빨간색 추리닝 입고 해병대가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 티 입고 작업”을 지시한 점을 들며 “이런 지시는 채 상병 소속 7대대장으로 하여금 현장 통제보다 사단장 방문 지역에 먼저 가 외적 자세만 확인하게 해 안전 업무를 훼방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조사본부가 지난해 8월 14일 국방부 법무관리관실과 검찰단 등의 의견을 회신받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잠정적인 법리 판단 결과가 담겼다.

앞서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한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국방부는 이같은 조사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9일 재검토 지시를 받은지 닷새 만에 나온 조사본부의 초기 보고서에서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은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조사본부는 8월 21일 최종적으로 임 전 사단장 등은 제외하고 대대장 2명의 혐의만 적시해 경찰에 이첩했다.

임 전 사단장 등을 포함해 6명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던 조사본부가 1주일 뒤 2명으로 축소하면서 이 과정에 대통령실 등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수처도 최근 조사본부의 재검토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2일과 20일에는 조사본부 책임자였던 박경훈 전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고, 같은 달 25일과 이달 3일에는 조사본부 수사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한편 오동운 공수처장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 의지를 강조했다. 오 처장은 3일 대검찰청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을 예방한 뒤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파헤칠 때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열심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가 늘어진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제한된 수사 인력으로 매우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며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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