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금융회사 해외부동산 투자잔액 57.6조…은행, 1.5조 증가
단일 사업장 투자 6.85% 채무불이행
복수 자산 투자한 펀드 손실은 빠져
ECB “부동산펀드 잠재 리스크 우려”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가 작년말 기준 57조6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상업용부동산(CRE)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실 위험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분기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했다. 투자 손실이 우려되는 채무불이행 규모는 2조41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00억원 늘었다.
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말 금융회사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에 따르면 작년말 투자 잔액은 57조6000억원으로 은행권에서 1조5000억원 증가했다. 작년말 은행권 투자잔액은 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0조1000억원) 대비 14.8% 늘었다. 증가액은 대부분 북미지역에 투자됐다. 은행의 북미지역 부동산 투자잔액은 지난해 3분기 5조4000억원에서 작년말 6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말 기준 금융권별 해외부동산 투자현황을 보면 보험이 31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은행(11조6000억원), 증권(8조8000억원), 상호금융(3조7000억원), 여신전문(2조1000억원), 저축읂행(1000억원) 순이다. 전분기 대비 투자잔액 증가는 은행과 증권(4000억원) 뿐이다.
투자 지역별로 보면 북미가 34조8000억원(60.3%)으로 가장 많고 유럽 11조5000억원(20%), 아시아 4조2000억원(7.3%), 기타 및 복수지역 7조2000억원(12.4%) 순이다.
작년말 기준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35조1000억원 중 2조41000억원(6.85%)에서 채무불이행(기한이익상실, EOD) 사유가 발생했다. 전분기 단일 사업장 35조8000억원 중 2조3100억원(6.46%)에서 EOD 사유가 발생한 것보다 규모가 늘었다.
블라인드 펀드와 재간접 펀드에 투자한 복수 투자자산 22조5000억원에서 발생한 손실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단일 사업장은 부동산 개발, 임대사업 목적으로 개별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채무불이행 파악이 가능하지만 복수 자산은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투자펀드 관련 잠재 리스크에 주목했다.
ECB는 “CRE 등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부동산 투자펀드의 순자산가치(NAV)가 크게 감소하고, 개방형 부동산 투자펀드로의 자금 유입 급감 및 환매 요청 급증 등에 따라 현금 완충장치에 대한 스트레스 가중과 강제 자산 매각 초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로존의 개방형 부동산 투자펀드의 분기별 누적 자금 유입액은 긴축적 통화정책 시작 이후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해 3분기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미국에서는 비상장 부동산펀드인 ‘스타우드 리얼 에스테이트 인컴 트러스트(SREIT)’가 최근 투자자들의 상환요구 증가로 유동성 압박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총자산은 248억달러(약 34조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중 펀드 투자자들로부터 13억달러 상환요청이 있었으나 펀드는 이중 절반 이하인 5억달러의 상환요청에만 응했다.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부동산 펀드인 블랙스톤 펀드조차 상환금액이 신규금액을 초과하는 등 자금유출에 시달리고 있어서 미국 부동산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ECB는 “CRE 시장의 추가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으므로 은행 부문의 경우, 기존 자본 완충장치를 계속 유지하는 가운데, CRE 익스포저가 평균 이상으로 높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손실 확대 가능성, 담보가치 및 충당금의 적정성 등에 대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한 적정 손실 인식 및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는 한편 EOD 등 특이동향 신속보고체계 운영 및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아울러 금융회사의 대체투자 프로세스를 점검해 내부통제 강화를 유도하는 등 금융회사 자체 리스크 관리 역량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