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기업대출 크게 늘었지만 제조업 비중은 축소
부동산·건설업종 3년간 225조 증가, 쏠림 현상
제조업 110조↑… “금융자원 배분 효율성 저하”
전 세계적으로 신용증가세 둔화, 한국만 확대
코로나 이후 국내 기업들의 대출이 크게 늘었으며 부동산·건설업계에 대한 쏠림으로 주력산업인 제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가 4일 발간한 ‘5월 산은조사월보’에 실린 ‘최근 기업금융시장 특징 및 리스크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말 대비 2023년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건설 업종 대출 증가액은 225조원으로 제조업 증가액(110조원) 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건설업종 대출 증가율이 13.6%로 가장 높고 도소매 13.3%, 숙박 10.4%, 제조업 7.2% 순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기업대출 잔액을 보면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건설업이 563조원으로 가장 많고, 제조업(457조원), 도·소매업(240조원), 숙박음식(85조원) 순이다.
보고서는 “부동산·건설업 대출은 과거부터 지속된 저금리, 부동산경기 확장 등 영향으로 증가세가 유지되며 2020년말부터 대출잔액 기준 제조업을 상회했다”며 “반면 제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은행권과 비은행권 모두 부동산·건설, 코로나 피해업종(도·소매, 숙박음식)의 대출 비중이 확대된 반면 제조업 비중은 축소됐다.
은행 기업대출은 2019년말 제조업 비중이 36.1%였지만 작년말 32.9%로 줄었으며, 비은행권은 같은 기간 9.8%에서 8.0%로 감소했다. 부동산·건설업의 은행 대출 비중은 2019년말 25.6%에서 작년말 26.7%로 늘었으며, 비은행권은 같은 기간 46.0%에서 48.0%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2019년 이후 비은행 기업대출이 증가액이 부동산·건설에 집중되면서 금융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기업금융 잔액 2465조원, 증가세 지속 = 코로나 발생이후 국내 기업금융(대출+회사채) 잔액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말 기준 기업금융 잔액은 2465조원으로 2019년말(1777조원) 보다 688조원(3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1766조원에서 2175조원으로 증가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보고서는 “기업금융 잔액이 경제규모(명목 GDP)를 상회하면서 GDP 대비 기업금융 잔액은 2019년말 0.92배에서 지난해말 1.10배까지 지속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글로벌 기업신용이 크게 확대됐지만 이후 통화 긴축으로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한국은 긴축기에 기업신용 증가세가 확대됐다.
지난해 9월 기준 글로벌 기업신용 레버리지(명목GDP 대비 신용금액)는 96%, 미국과 유로존은 각각 78%, 96%인데 반해 한국은 124%를 기록했다. 일본은 115%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2019년말 이후 기업신용이 GDP 성장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면서 레버리지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으며, 과다부채 임계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 2011년 제시한 과다부채 임계치는 가계 75%, 기업 80%, 정부 90%다.
금융권의 기업대출 증가는 회사채 발행여건이 악화된 영향이 있다. 2022년부터 금리인상 및 회사채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기업들의 직접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 기회가 제한됐다.
◆비은행 기업대출, 중소기업 중심으로 크게 증가 = 금융업권 전반에 걸쳐 기업대출이 큰폭으로 늘었지만 특히 비은행(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회사 여전사)이 기업 대출을 확대하면서 비중이 커졌다.
2019년말 대비 2023년 9월말 기준(누적 증가액) 비은행의 중소기업(법인) 대출은 152조5000억원, 자영업자 대출은 122조9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각각 19.0%, 21.3%에 달한다. 비은행의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증가는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저축은행이 7.08%로 가장 높고, 상호금융(5.69%), 여전사(2.14%)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보험사는 0.4%대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최근 고금리 및 부동산 경기 회복지연 등의 영향으로 비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했으며 기업신용위험도, 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 등에 따라 중소기업 위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최근 기업금융의 급격한 확대로 금융부문의 취약성이 증대되고 있으므로, 경제·금융 여건 악화, 기업실적 저하 등을 고려할 때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부동산·건설업 재무건전성 저하 및 금융시장으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강화와 함께 향후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 첨단전략산업 등에 대한 선별적·대규모 지원을 실시함으로써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