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시공사 시정질문 방해 논란

2024-06-05 13:00:45 게재

지인 통해 시의원 압박

도시공사 “답변 어렵다”

광주광역시도시공사 임원들이 특혜시비가 일고 있는 첨단3지구 대행개발사업(22만7622㎡, 아파트 3861세대)과 관련된 광주시의원의 시정 질문을 막으려고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시의원은 도시공사 임원들의 부탁을 받은 지인들의 압박성 전화에 곤혹스러워했고, 도시공사는 “개인적 일이라 답변이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5일 광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A시의원은 지난 3일 열린 제325회 제1차 정례회에 대비해 지역구 현안인 첨단3지구 대행개발사업과 관련한 시정 질문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도시공사는 2021년 7월 국가 연구 기반시설인 첨단3지구 조성공사 대행개발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당시 이곳 원주민들은 적정한 땅값 보상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진행했고, A시의원은 원주민 입장을 대변했다.

공고 당시 대행개발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도시공사는 지난 2022년 5월 개발 추정이익 1442억원 중 10% 가량인 140억원을 공공 기여하는 조건으로 대행계약을 체결했다. 민간사업자는 이 계약으로 공동주택용지 8개 필지 중 A1(1524세대) A2(1849세대) A5(488세대) 필지를 3857억원에 살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고, 아파트 3861세대를 지어 분양했다.

관심밖에 있던 첨단3지구 문제는 지난해 말 민간사업자가 대행계약과 달리 A5 필지에 아파트 96세대가 늘어난 584세대로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논란이 됐다. 이에 도시공사도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민간사업자는 도시공사가 이 사업 상위 계획인 ‘첨단3지구 연구개발 특구 개발계획’ 변경과 이에 따른 지구단위계획에 아파트 세대수(488→584세대)를 늘린 것을 근거로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A시의원은 지난 4월 대행계약서를 비롯해 세대수 증가와 관련된 자료를 도시공사에 요구하고 시정 질문을 준비했다. 이에 도시공사는 세대수는 늘었지만 전체 면적과 상한 용적률(200%) 등이 변경되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큰 문제가 없다던 도시공사는 자료 요구가 시작되자 A시의원 지인들을 통해 시정 질문 취소 등을 언급하며 압박성 부탁을 시작했다. 방해는 지난달 30일 시의회 의사담당관실이 시정 질문 일정을 최종 확정하기 전까지 계속됐다. 특히 도시공사 모 임원은 A시의원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설득을 부탁하는 전화까지 했다. B 전 국회의원은 “도시공사 모 임원이 전화했지만 A시의원에게 소신대로 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시정 질문 취소가 어렵게 되자 질문 수위를 낮춰달라는 부탁이 이어졌다.

시의원들이 시정 질문을 준비하면 통상적으로 질문을 빼달라거나 수위를 낮춰달라는 부탁이 들어온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지인까지 동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란 게 시의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A시의원은 “도시공사에 자제를 요청했다”면서 “어떻게 저의 인맥을 알았는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도시공사에 입장을 요청했지만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보고했지만 개인적인 일이라서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A시의원은 오는 7일 제325회 제1차 정례회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도시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A5필지 세대수가 대행계약과 다르게 변경된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답변을 준비 중인 광주시는 민간사업자가 선정된 필지 내 세대수 증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도시공사감사실은 지난 4월 세대수 변경을 경미한 것으로 판단한 직원에 대해 경징계 처분을 요청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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