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경제 회복속도내지만 자국기업 경쟁력 과제

2024-06-07 13:00:00 게재

중국서 부품 들여와 조립후 미국 수출하는 구조 … 미국과 중국 의존도 갈수록 높아져

베트남 섬유의류협회(Vitas)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4년 첫 4개월 동안 섬유 및 의류 수출로 10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으며, 연말까지 440억 달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베트남 경제는 5.0% 성장했는데, 이는 태국 1.9%, 말레이시아 3.7% 등에 비해서는 높았으나 인도네시아의 5.0%와 같았고 필리핀의 5.6%보다는 낮았다. 코로나 이전인 2018~2019년 기간에 베트남의 성장률은 7.4%로 인도네시아 5.1%, 필리핀 6.2%에 비해 더 높았다는 점에서 지난해 베트남 경제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수출주도 공업화를 통해 성장하면서 수출이 소비나 투자보다도 경제성장에 더 많이 기여 한다. 지난해 베트남의 수출은 4.5% 감소했는데, 이는 경제 부진요인이 된 것이다, 특히 대미수출은 2022년 1094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970억 달러로 11.3% 감소함으로써 수출부진의 원인이 되었다.

주요 수출제품 중에서 섬유제품과 전자제품의 수출은 다소 증가했으나 최대 수출품목인 무선전화기 수출은 580억 달러에서 524억 달러로 거의 10%나 하락했다. 모바일폰의 주요 생산자가 삼성전자로서, 부품의 한국 조달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베트남의 무선전화기 수출 감소는 우리의 대베트남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의 대베트남 수출은 12.3% 감소했는데 주로 전자제품이나 통신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부품, 인쇄회로 등의 수출이 부진한 데 따른 것이었다.

◆1/4분기 성장률 5.7% 기록해 호조 = 올해 1/4분기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5.7%로 지난해 전체 성장률 5.0%를 웃도는 호조를 보였다. 광공업 부가가치생산은 6.3% 성장하여 전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1/4분기 3.4%를 기록한 이후 4/4분기 6.7%까지 계속 상승했다. 올해 1/4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4분기의 성장률에 비해서는 다소 낮으나 1/4분기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광공업 중에서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이 7.0% 성장했고, 건설업이 6.8% 성장했다. 서비스 산업도 나쁘지 않아 6.1% 성장했다.

1/4분기 성장회복은 민간소비 증가, 수출회복 그에 따른 제조업의 생산증가 등 경제 전반의 호조 결과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소매판매액이 1/4분기에 8.2% 증가했는데 숙박 및 음식업이 13.4% 증가했고, 비중은 아직 크지 않으나 관광객 유입 급증으로 여행관련서비스 판매액이 46.3%나 증가했다. 상품수출도 상당히 회복되었다. 대부분 상품의 수출이 증가했고 특히 농수산물 부문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섬유, 신발, 무선통신기기, 전자제품 등 지난해에 부진했던 수출도 전년동기에 비해 증가했다. 특히 전자제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증가했고, 전화기 및 부품 수출은 70% 정도 증가했다.

수출 호조는 제조업 생산을 자극했다. 1/4분기에 제조업 생산은 5.9% 증가했는데, 이중 섬유 14.6%, 고무 플라스틱 25.8%, 기초금속 16.6%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개별품목으로 가면 사정은 달랐다. 석유제품, 음식료품, 요소비료 등 내수 소비제품의 생산은 증가했으나 시멘트 -2.5%, 조강 –3.8% 등 소재 생산은 감소했고 주요 내구소비재인 자동차도 11.3% 감소하면서 경기회복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또한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무선전화기 생산대수는 13.3%가 감소했으며 TV 생산도 1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1/4분기까지는 재고 조정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수출호조가 생산 증가로 연결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과 제조업 생산 회복 가속 = 2/4분기 들어서도 경기 회복세는 지속 중이다. 4월에는 섬유제품, 신발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간 감소해 우려를 자아냈으나 전자제품,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은 계속 호조를 보였다. 5월 수출은 4월보다 5.7% 증가했고, 지난해 5월 대비 15.8% 증가했다. 5월 누계 수출은 1568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대비 15.2%가 증가했다. 5월 수입은 4월 대비 12.8% 증가했고, 전년동기대비 29.9% 증가하여 수출보다 더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재 수입보다는 중간재와 부품의 수입이 많은 베트남에서 수입 급증은 경기회복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미국은 5월까지 440억 달러의 베트남 상품을 수입하여 최대의 시장 지위를 유지했고, 중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은 549억 달러의 상품을 수출했다. 베트남의 대미수출비중은 28.1%, 대중국 수입비중은 36.9%로 양국에 대한 의존도는 지난해보다 더 높아졌다. 최종 재화의 미국 수출증가보다 중간재와 부품의 대중국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5월까지 무역수지 흑자는 80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의 102억 달러에 비해 감소했는데 대중국 수입증가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수출호조가 이어지면서 2월까지도 전년동월대비 감소했던 제조업 생산은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회복되어 4.6% 증가했고, 5월 들어 성장세가 가속하여 10.6%나 증가했다. 5월 누계기준으로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동기대비 7.3% 증가했다. 섬유는 12.7% 증가했으며 수출산업인 의류는 5.4%, 그리고 신발은 7.3% 증가했다. 또 다른 수출산업인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4.9%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래도 1/4분기까지 무선전화기의 생산이 10% 이상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4분기 들어 상당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경공업인 목재 및 목재제품, 가구 등은 10% 이상 증가했다. 국내소비 및 투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시멘트는 1.7% 하락했고 자동차도 4.0% 감소했다. 다만 소재부문인 철강 등 기초금속이나 고무 및 플라스틱제조업이 각각 13.2% 및 27.4%로 경기를 밝게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기에는 수출경기가 더 개선되어야 하겠으나, 점진적 개선상황으로 보아 2/4분기 성장률은 1/4분기 성장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중장기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 경기 개선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트럼프 이후 중국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에게 베트남은 중요한 대안이고, 중국의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해야 하는 다국적기업 또한 베트남을 대체지로 생각한다. 즉 미국의 대중국 통상압력과 중국내 생산비용 상승 등 경영환경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다국적기업은 베트남 투자를 늘렸다. 베트남의 대미국 수출은 빠르게 증가해 2017~18년 19.5%에 불과하던 대미국 수출비중은 2022년 29.5%로 뛰어올랐고 베트남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국 3위로 올려놓았다.

문제는 베트남 내의 부품과 소재산업이 조립산업의 생산증가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국적기업은 중국에서 가성비 좋은 부품과 중간재 조달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베트남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중국제품의 비중도 2017~18년 27.7%에서 2021년에는 33.2%까지 높아졌다. 그리고 올해 대중국수입 비중은 36.9%로 더욱 증가한 것이다.

높은 대중국 의존도는 베트남의 장기적 산업주권 확보에 중요한 과제다. 베트남은 외국인투자 중심의 외화가득 효과가 낮은 조립분야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재와 부품부문의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빈패스트(VinFast)와 같은 내국 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하지만, 중국의 가성비 좋은 공산품의 유입은 이러한 노력의 효과를 방해할 것이다. 여기에 국영기업의 비효율 문제는 여전하다. 베트남은 가계부채와 정부부채 부담이 낮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기업부문의 부채가 높다. 즉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의 자본생산성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을 찾았고, 중국 시진핑주석도 12월 하노이를 방문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바이든과 시진핑이 모두 방문한 유일한 나라였다. 우리에게도 베트남은 3위의 수출시장으로서 아세안 내에서 우리와 경제협력이 가장 긴밀한 국가이다. 지난해 감소했던 우리의 대베트남 수출은 다행스럽게도 4월까지 9.9% 증가했다. 현재 우리기업은 베트남에서 중국기업, 중국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베트남이라는 전략적 위상이 높고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어떻게 호혜적인 협력을 강화하여 우리의 입지를 유지할 것인가를 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번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