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우크라에 무기주며 조건달기
바이든 “모스크바·크렘린궁 공격은 안 돼” … 마크롱 “민간인 타격은 금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공개된 ABC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를 러시아에서 이미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가 국경 너머에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구체적인 표적들을 공격할 때 (우크라이나가) 무기들을 국경 인근에서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200마일(약 321km) 안까지 타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모스크바나 크렘린궁을 타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이 지원한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리자 방어 목적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일부 허용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고정밀 무기를 제공하면 직접 참전’이라고 말한 게 우려되느냐는 질문에 “난 그를 40년 넘게 알고 지냈고, 그는 40년 동안 나를 우려하게 했다”면서 “우리는 모스크바나 크렘린궁을 타격할 무기가 아니라 국경 바로 너머에서 사용할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그곳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을 죽이려고 우크라이나로 진격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고 있다”고 말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도록 자국산 미라주 전투기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TF1, 프랑스2 방송과의 생중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와 영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프랑스 전투기 미라주 2000-5를 공급하고 새로운 협력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여름부터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을 훈련할 예정이다. 보통 5~6개월이 걸린다”며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은 프랑스에서 훈련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종사들의 훈련이 끝나면 연말까지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양도한다는 계획이다.
프랑스 다쏘가 개발한 미라주 2000-5는 근접 전투, 공대지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본토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그동안 프랑스는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미라주 전투기 지원엔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독일이 자국 지원 무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일부 공격할 수 있게 허용하자 프랑스 역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미사일이 발사된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민간인을 타격하는 건 금지한다”고 명확히 했다.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반격과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울러 4500명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인을 양성해 정예 부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엘리제궁에서 회담한 뒤 추가 양자 협력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훈련 교관을 파병할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 주제에 대해 금기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서부의 자유 지역에서 훈련하는 건 확전 요인이 아니다”라며 훈련 교관 파병 문제는 “집단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왜 이를 배제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국제법을 짓밟고 있다”며 “러시아는 상륙작전의 교훈을 배신했다”고 비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