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미국산 폭탄으로 가자학교 공습”
어린이 포함해 33명 사망
미 “'이' 정부에 문의할 일"
이스라엘이 민간인 수십명이 사망한 가자지구 중심부의 유엔 학교 공습에 미국산 폭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명의 무기 전문가들을 인용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현장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에서 미국산 폭탄인 GBU-39 폭탄의 노즈콘(nose cone)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노즈콘은 폭탄의 앞부분으로 원추 모양이다.
미 육군 폭발물 처리반(EOD) 출신인 트레버 볼은 노즈콘의 용도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관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GBU-39의 장점 중 하나는 이번 공격처럼 콘크리트와 건물을 관통해 건물 층들을 박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영상에서 보이는 것은 폭발 이후 남은 단단한 노즈콘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전투기가 가자지구 누세라이트 난민촌 일대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학교 내 하마스 근거지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학교에 은신한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겨냥해 교실 세 곳을 표적으로 삼은 정밀한 공격이라고 설명했지만, 팔레스타인 난민을 지원하는 유엔 구호 사업국은 누세이라트 난민촌 안에 위치한 이 학교에는 피난민 수천 명도 가득 차 있었다고 밝혔다.
인근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의 영안실은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9명, 여성 3명, 남성 21명 등 3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GBU-39는 지난달 26일 최소 45명의 사망자를 낳은 라파 난민촌 공습에도 사용됐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피터 레너 중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군사작전이 해당 지역 민간인 피해를 제한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30명의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전사들이 학교 내 건물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두 차례 공습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학교 공습과 관련해 “이스라엘 정부는 사망자 명단을 포함해 이번 공습과 관련한 정보를 더 공개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그 정보를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산 무기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업데이트할 내용이 없으며 이스라엘 정부에 문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동안 여러 차례 이스라엘에 “합법적인 군사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때 민간인 피해 수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가장 정밀하고 (폭발력이) 작은 무기를 사용할 것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 RWA)의 필립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공습 당시 이 학교에는 6000명의 난민이 대피해 있었으며 이스라엘 군은 아무런 사전 경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적 목적으로 유엔 건물을 공격하거나 표적으로 삼거나 사용하는 것은 국제 인도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