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코스피 3000 시대의 조건

2024-06-07 13:00:00 게재

2021년 상반기 3000을 돌파했던 코스피(KOSPI)가 그해 6월 3316까지 오르면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2년 9월에는 2135까지 떨어졌다. 그 이후 코스피는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으나 아직도 3000을 밑돈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세계 주가지수(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는 평균 8.1% 상승했다. 대만 가권지수가 18.1%, 일본 니케이225 지수가 15.0%, 미국 나스닥 지수가 11.5% 올랐다. 그러나 코스피는 0.7% 하락했다.

코스피는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저평가됐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명목 GDP를 반영하면서 그 이상으로 상승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2023년 명목 GDP는 연평균 5.7% 성장했고 코스피는 같은 기간 연평균 7.4% 상승했다. 올해 명목 GDP는 4%(실질 GDP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연말 적정 코스피는 3174 정도다.

코스피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경제변수가 일평균 수출액이다. 2005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통계를 대상으로 분석하면 두 변수 사이에 상관계수는 0.86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2021년 4월에는 코스피가 일평균 수출액을 40%나 과대평가할 정도로 급등했다. 그러나 그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과대평가가 완전히 해소됐다. 올해 5월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가 3% 정도 저평가 영역에 있다.

단기 경기 순환상으로 확장국면 진입

코스피가 제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경기가 회복돼야 한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측면에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지만 단기 순환 측면에서 확장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능력인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1980년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0% 정도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잠재성장률이 5%대로 떨어졌고, 2020년 이후로는 2.1%로 더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잠재성장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우선 노동력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일할 수 있는 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 인구 비중이 2012년 72.4%를 정점으로 올해 70.2%, 2030년 66.6%로 낮아진다. 여기다가 대기업들이 자본 스톡을 이미 많이 축적했기 때문에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잠재성장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인 총요소생산성도 하루아침에 증가하기는 어렵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경기는 순환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1972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1번의 순환을 겪었다. 평균 순환주기는 53개월이었다. 이중 확장국면이 평균 33개월, 수축국면은 20개월이었다.

통계청은 경기 정점과 저점이 발생했던 월, 즉 기준순환일을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경기 저점은 2020년 5월이었다. 그 이후로 통계청은 기준순환일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기준순환일 결정에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인 동행지수순환변동치를 보면 2022년 8월이 경기 정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로 경기 수축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지난해 4분기나 올해 1분기에 저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에 앞서왔던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2023년 4월을 저점으로 올해 4월까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수출 중심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5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0.1% 증가했다. 특히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으로 수출도 올해 들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는 경기순환 상 확장국면에 있을 확률이 높다. 물론 확장국면에 접어들더라도 경제성장률은 2.5% 안팎일 것이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이기에 체감경기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확장 국면에서 주가는 상승했다. 1980년 이후 10번의 경기 확장국면이 있었다. 이 시기에 코스피는 평균 71.4%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95.6%), 철강 및 금속(82.8%), 화학(71.6%) 등의 순서로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해 코스피가 18.7% 상승했다. 코스닥 상승률은 27.6%로 더 높았다. 경기확장을 선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두 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기확장 국면의 속도는 느리지만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시간이 가면 코스피는 적정 수준을 찾아갈 전망이다.

유동성도 증가세 전환

주가상승의 두번째 조건인 시중 유동성 특히 단기부동자금이 절대적으로 증가하는 조짐을 보인다. 대표적 통화지표인 M2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 12월에는 M2 증가율(전년 동월비)이 13.2%였으나 2023년 6월에는 2.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그 이후 완만한 증가세로 돌아섰고 올해 3월에는 4.9%에 이르렀다.

지난 2년 동안 돈이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 몰렸다. 협의통화(M1)와 광의통화(M2) 비율로 이를 측정해볼 수 있다. M1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및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으로 구성돼 있다. 기대수익률에 따라 다른 곳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는 자금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은행의 예금금리도 크게 올랐다. 2022년에 은행에서 1년 금리가 5% 정도인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많은 돈이 예금으로 몰리면서 M1보다는 M2가 상대적으로 더 늘었다. 2021년 10월 M1이 M2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7.7%였으나 2023년 10월에는 30.8%로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는 이 비율이 더 낮아지지 않고 있다. 올해 3월에는 31.2%로 증가했다. 은행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돈이 새로운 수익처를 찾고 있는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올해 4분기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에 근접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증시 주변 자금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원화가치도 저평가

지난 5월 말 원/달러 환율이 1384.5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서 7.5% 상승했다. 그런 가운데 엔 가치의 큰 폭 하락(-11.5%)이 원화가치 하락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의 확대되고 있는 대내외 불균형을 고려하면 달러가치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확률이 높다. 2023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GDP대비 124.3%, 대외순부채가 72.2%로 매우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엔/달러 환율 결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인이 미국과 일본의 10년 국채수익률 차이다. 최근 일본의 국채수익률이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를 넘어서면서 미일 국채수익률 차이가 축소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상수지 흑자가 600억달러를 넘어서고 환율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8년 1월부터 2024년 5월 통계로 분석하면 한미 상대 주가와 달러지수 사이에는 상관계수가 마이너스(-) 0.86으로 높았다. 달러가치가 하락할 때 코스피가 S&P500보다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는 의미다. 외국인들은 올해 1~5월 코스피 시장에서 17조 800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뿐만 아니라 원화가치도 저평가되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가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간다. 최근 미국 주가상승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균형적 시각이 필요한 때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