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가상자산법 시행 앞두고 불공정거래 적발시스템 시범 가동

2024-06-07 13:00:00 게재

이상거래 탐지된 코인 시범조사, 일부 시세조종혐의 확인

법 시행 이후 발생 사건만 처벌 가능, 당국 적발능력 점검

거래소 ‘이상거래탐지시스템 설치 의무’ … 10곳 영업 중단

금융당국이 내달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코인 시장 불공정거래 적발시스템을 시범 가동했다. 이상거래가 탐지된 코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거래에서 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린 시세조종(코인가격 조작)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까지 이상거래가 의심되는 18건을 조사했으며 조사과정에서 필요한 시스템을 점검·보완했다. 시세조종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 조사 필요성이 있는 사례도 드러났다. 다만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불공정거래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시범조사는 조사기법을 연습하고 실제 매매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시스템 등을 갖추는 등 실전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시세조종 의심 사례 많아” =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루에도 가격이 급등락하는 코인들이 많아서 시세조종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세력이 개입한 정황이 있는 코인들을 찾아서 혐의를 밝히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 시세조종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주가조작보다 더 많은 거래량 분석이 필요하다. 주식시장과 달리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코인을 소수점으로 쪼개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문건수가 많고 거래빈도도 높다.

금감원은 현재의 서버시스템으로 막대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한편, 코인거래소들이 호가(매수자와 매도자가 제시하는 가격)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했다. 그동안 거래소들은 코인 매매가 체결되면 호가 데이터를 폐기했다. 하지만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한 시세조종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호가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코인을 가려내는 1차 책임은 코인거래소에 있다. 거래소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금감원은 거래소에 이상거래 추출 기준을 제시했고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추출된 이상거래가 실제 의심스러운지 판별할 수 있는 기준과 함께 감독당국에 통보할 사안, 직접 수사기관에 신고할 사안을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제공했다.

현재 5개 원화마켓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을 모두 설치했고, 코인마켓 거래소는 이달 중으로 시스템 설치를 마치기로 했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영세한 업체들이 많아 제대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인 거래량 기준 99%이상이 원화마켓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일부 코인마켓 거래소의 시스템 설치 미비가 불공정거래 적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종료 거래소 늘어, 이용자 피해 우려 = 법 시행을 앞두고 영업을 중단하는 거래소들도 늘고 있다. 경영악화와 맞물려 규제 부담이 커지면서 더 이상 거래소를 운영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영업중단 과정에서 이용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와 금감원은 지난달 영업종료·영업중단 중인 10개 거래소를 대상으로 긴급 현장점검을 벌였다. 5월 기준 공식적으로 영업종료 의사를 밝힌 거래소는 7곳이며 홈페이지 폐쇄 등 영업중단 중인 거래소는 3곳이다.

금융당국은 “내달 시행될 가상자산법으로 인한 규제준수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종료 사업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FIU에서 안내한 이용자 보호 권고사항의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한 결과, 전체적으로 권고사항 이행이 미흡하고 이용자에 대한 자산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개 사업자는 영업종료 업무처리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고, 2개 사업자는 업무처리절차를 마련했지만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6개 사업자는 영업종료 1개월 전 홈페이지에 영업종료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사업자는 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 이용가능한 모든 매체를 활용해 이용자에게 영업종료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며 “영업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후에도 미반환된 이용자 자산이 존재하는 경우 안전한 방식으로 이용자 자산을 보관해야 하며, 이용자 자산 보관현황을 매주 1회 금융당국에 통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업자 신고 말소 등으로 사업자 지위가 상실되면 원칙적으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고, 사업자의 청산(파산)절차가 개시되면 이용자 자산의 전부 반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자들은 유의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자의 영업종료 과정에서 이용자 자산반환 현황을 지속 점검하는 한편, 불법행위 의심사업자, 이용자 자산반환 실적이 미흡한 사업자 등에 대해서는 긴급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필요시 검사 추진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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