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이 북한에 800만달러를 보내는 데 공모하고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선고 결과가 7일 나온다. 이 전 부지사가 2022년 10월 기소된 지 약 1년 8개월 만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대북송금’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향후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대북송금’ 의혹이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2020년 1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조성비용 500만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대납하도록 한 혐의를 받아왔다. 경기도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를 대북 제재 등으로 줄 수 없게 되자 김 전 회장이 대신 내주고 이를 계기로 경기도의 도움을 받아 대북사업을 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 전 회장도 이같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은 경기도와 무관한 쌍방울의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계약금 성격”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대북 제재로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 전 회장에게 사업비를 요구할 이유 자체가 없었다는 게 이 전 부지사측 입장이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 대납과 관련해서도 당시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대북 정세가 경색돼 방북을 위한 비용 대납 요구는 있을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 대표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과 이 전 부지사측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도지사였던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대납을 보고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검찰조사에서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재판에서 이를 뒤집은 바 있다. 이 전 부지사는 특히 이같은 진술이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의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술자리 회유’가 있었다며 ‘대북송금 검찰 조작 특검법’까지 발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날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의 향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된다. 이 대표의 대북송금 관여 혐의를 수사해온 검찰이 곧바로 이 대표를 기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북송금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다만 당시 법원은 “핵심 관련자인 이 전 부지사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를 보면 이 대표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검찰 영장을 기각했었다.

반면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에 공모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면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 차질은 물론이고 ‘조작 수사’를 주장해온 민주당 등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의혹과는 별도로 2018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김 전 회장 등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을 제공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3억3400만원의 정치자금과 그중 2억59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 4월 결심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0억원, 추징금 3억3400여만원을 구형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