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삼성물산,약정금 소송 2차 변론
'미정산 지연이자' 쟁점 … ‘비밀합의 약정서’ 관심
삼성물산이 2015년부터 10년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분쟁 중이다. 양측의 비밀합의로 724억원이 추가 지급된 뒤 이어진 소송이다. 이에 ‘비밀합의 약정서’의 정확한 내용과 배경이 밝혀질지 관심을 받는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이날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267억원의 약정금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연다.
엘리엇이 지난해 10월 낸 이 소송은 지난 4월 첫 변론 기일이 진행됐다. 첫 변론에서 엘리엇측은 “삼성물산이 엘리엇에 1주당 주식매수가격을 6만6602원으로 확정했다고 통지한 2022년 4월 26일 시점은 삼성물산이 다른 주주에게 2015년 9월 8일부터 2022년 4월 26일까지 발생한 지연이자를 지급했다는 시점”이라며 “(청구액은) 2016년 3월 이후부터 2022년 4월까지 6년간 미정산 지연이자 초과분”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측은 “이번 사건은 약정금을 달라는 소송“이라며 “2016년엔 1심에서 피고(삼성물산)가 승소한 상황이었고, 사건 합의에 이른 만큼 지연손해금, 이행지체금이 있을 수 없다”고 맞섰다. 삼성물산이 엘리엇에 이미 지급한 추가지급금에 지연이자도 포함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에 최 재판장이 “정책적 결정에 의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삼성물산측은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약정상 지급할 의무가 없는 부분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주식매수가격으로 소송을 냈다. 엘리엇은 당시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엘리엇은 1심 패소 후 항소했다가, 2016년 3월 돌연 소송을 취하하고 2022년 724억원을 받아갔다. ‘비밀합의 약정서’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엘리엇이 체결한 비밀합의 약정서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별개로 삼성물산 주주 32명이 ‘부당 합병’을 문제삼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낸 2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청구소송은 소 제기 4년 만인 지난 2월 29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 회장의 항소심 결과를 보고 진행하겠다며 기일을 미뤘다.
또 삼성 합병과 관련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11일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에 약 438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PCA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69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하기도 했다.
국내 법원은 삼성 합병과 관련해 이 회장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항소로 지난달 27일 항소심 첫 공판 준비기일이 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의 요청에 따라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해당 재판부에 다음 달부터 8월까지 두 달간 사건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 쟁점이 복잡하고 항소심에서 추가 심리할 분량이 방대한 점이 고려됐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회사로, 이재용 회장 일가 → 삼성물산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지금의 지배구조를 갖췄다.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