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이색소통 '허니가 간다'
자전거 이용해 현장점검·주민과 대화
‘안전·안심도시’ 목표 매달 1회씩 계획
“구청장님 정말 고마워요. 눈물 나게 고마워.”
서울 종로구 혜화동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내 헬스장.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들과 함께 들어서자 한 주민이 버선발로 뛰어나오듯 다가와 감사인사를 전한다. 수년간 헬스장을 이용 중인 회원인데 최근 시설을 보강하면서 더 마음에 쏙 들게 바뀌었단다. 종로구 관계자는 “공간이 넓고 운동기기가 다양해 증측부 부분은 냉난방이 안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다”며 “민선 8기 들어 1억원 가량을 투자해 시설을 교체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4면을 감싼 통유리 너머로 가까이 혜화동 골목은 물론 멀리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지라 헬스장 복도는 차 한잔과 함께 풍경을 즐기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7일 종로구에 따르면 정문헌 구청장이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찾아가 점검을 하고 이용하는 주민들과 만나는 이색 소통을 시작했다. 정 구청장 이름에서 따와 ‘허니가 간다’고 사업 명을 붙였다. 구는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주민과 관광객 불편이 없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라며 “주민과 소통을 확대하고 안전·안심도시 조성을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원서동 문화시설인 웰니스센터에서 출발해 인사동 공중화장실과 돈화문로 점자블록 설치현장을 우선 찾았다. 주파수 탐지기까지 동원해 불법촬영기기가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고 시공 현장에 장애물은 없는지 면밀히 살폈다. 정 구청장은 “여러 사항을 까다롭게 지시했는데 현장을 보니 거기에 맞춰 꼼꼼하게 했더라”며 “공무원들이 고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서는 체육시설 안전점검에 신경을 썼다.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지은 시설을 종로구가 넘겨받은 만큼 다양한 종목 체육활동이 가능하고 저녁시간대 문화강좌까지 월 3만~4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탈바꿈시킨 혜명아이들 상상놀이터와 종로구청 실업팀인 여자역도선수단 훈련장도 들렀다. 정 구청장은 “전국 대회 우승도 한 저력 있는 팀인데 훈련시설이 열악하다”며 “예산이 생기면 시설 개선을 하겠다”고 즉석에서 약속했다.
마지막 혜화어린이집에서는 안전자문관과 함께 소방·화재 대피시설을 점검하고 하원하는 아이들을 마중 나온 보호자들과 만났다. 정 구청장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걷기대회, 연말 학예회를 위한 장소 지원 등 보호자들 제안에 즉석에서 답변했다. 보육환경 개선 위한 종로형 보조금 지원 확대, 원아 수 감소로 어려워진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뒷받침도 약속했다.
이날 현장과 현장을 이동하는 교통수단은 전기자전거였다. 도심 복판이라 차량보다 이동이 빠르고 구청장과 대화를 원하는 주민이 있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문헌 구청장은 “평상복 차림으로 타는데 빠르고 힘도 안들어서 좋다”며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대화시간이 많아진 점은 반긴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5월을 시작으로 매달 한차례 '허니가 간다'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다양한 주민들과 만나는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창신동 골목을 달리는 노년층 지원차량 '어르신 돌봄카'를 직접 타고 현장을 누비며 불편사항이 없는지 살폈다. 또 한달여간에 걸쳐 17개 전체 동주민센터를 순회하며 '반장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든든한 행정 조력자인 반장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 구석구석을 세심히 살피겠다는 의지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주민 안전에 초점을 둔 시설점검과 함께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주민들 의견은 담당 부서와 논의해 세심하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