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발 ‘투톱 체제’ 놓고 “속 보인다” 냉랭

2024-06-07 13:00:30 게재

국민의힘 전당대회 앞두고 지도체제 신경전 치열

민심 반영 비율 20% 유력 … “변화의지 안 보여”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7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도체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단일지도체제 유지냐 집단지도체제 변경이냐 논의에서 최근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투톱 체제’까지 띄우면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애초에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던 민심 반영 비율 관련해선 20% 선에서 논의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여상규 당헌당규개정 특위위원장(오른쪽 세번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7일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위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차 회의를 열고 지도체제와 전당대회 룰 변경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일단 전당대회 룰 관련해 현재 0%인 민심(여론조사) 비율을 얼마나 높일지를 놓고 실시한 현역 의원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공유가 이뤄졌다. 당내에선 설문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한 20% 반영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2위를 차지한 30% 반영안에 대한 찬성여론도 상당히 높았다는 점에서 특위 내 격론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당내 소장파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원외위원장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50% 민심 반영을 주장해 왔다. 수도권의 한 원외위원장은 6일 “만약 20% 반영으로 결정된다면 국민들은 (전대 룰이) 변했는지도 모를 것”이라며 “총선 후 뭔가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데 의지도 없고 체면치레만 하고 넘어간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선 지도체제 변경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황 비대위원장이 막판에 띄운 ‘투톱 지도체제’가 뜨거운 감자다. 기존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놓고 이미 원내를 중심으로 기존 체제 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다시 지도체제 논쟁이 점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황 위원장은 지난 5일 원외 위원장들과 면담하며 당대표 경선 1위가 당대표를, 경선 2위가 수석 최고위원을 맡는 절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계파를 막론하고 냉랭한 반응을 내놓고 있어 특위가 섣불리 손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7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황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안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것 아니겠느냐”면서 “당내 여론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서 특위가 논의를 배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기존 당권주자들이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논의 걸림돌 중 하나다. 유력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7일 페이스북 글에서 “집단지도체제는 ‘봉숭아 학당’의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며 “책임정치 실천, 안정적인 리더십 발휘를 위해서는 기존의 단일지도체제가 더 적합하다”고 밝혔다.

또 절충형으로 제안된 ‘투톱체제’에 대해서도 “하이브리드 체제도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라며 “특정 시나리오를 가정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입하는 룰은 공정하고 정당한 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속 보이는 제안’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속이 보이는 제도는 성공할 수가 없다”면서 “집단지도체제를 하자니 한동훈 유승민 다 될 것 같아 싫고, 단일지도체제를 하자니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돼서 권한이 너무 셀 것 같으니 그것도 싫어서 나온 궁여지책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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