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발 ‘투톱 체제’ 놓고 “속 보인다” 냉랭
국민의힘 전당대회 앞두고 지도체제 신경전 치열
민심 반영 비율 20% 유력 … “변화의지 안 보여”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7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도체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단일지도체제 유지냐 집단지도체제 변경이냐 논의에서 최근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투톱 체제’까지 띄우면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애초에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던 민심 반영 비율 관련해선 20% 선에서 논의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7일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위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차 회의를 열고 지도체제와 전당대회 룰 변경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일단 전당대회 룰 관련해 현재 0%인 민심(여론조사) 비율을 얼마나 높일지를 놓고 실시한 현역 의원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공유가 이뤄졌다. 당내에선 설문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한 20% 반영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2위를 차지한 30% 반영안에 대한 찬성여론도 상당히 높았다는 점에서 특위 내 격론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당내 소장파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원외위원장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50% 민심 반영을 주장해 왔다. 수도권의 한 원외위원장은 6일 “만약 20% 반영으로 결정된다면 국민들은 (전대 룰이) 변했는지도 모를 것”이라며 “총선 후 뭔가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데 의지도 없고 체면치레만 하고 넘어간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선 지도체제 변경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황 비대위원장이 막판에 띄운 ‘투톱 지도체제’가 뜨거운 감자다. 기존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놓고 이미 원내를 중심으로 기존 체제 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다시 지도체제 논쟁이 점화됐기 때문이다.
앞서 황 위원장은 지난 5일 원외 위원장들과 면담하며 당대표 경선 1위가 당대표를, 경선 2위가 수석 최고위원을 맡는 절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계파를 막론하고 냉랭한 반응을 내놓고 있어 특위가 섣불리 손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7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황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안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것 아니겠느냐”면서 “당내 여론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서 특위가 논의를 배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기존 당권주자들이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도 논의 걸림돌 중 하나다. 유력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7일 페이스북 글에서 “집단지도체제는 ‘봉숭아 학당’의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며 “책임정치 실천, 안정적인 리더십 발휘를 위해서는 기존의 단일지도체제가 더 적합하다”고 밝혔다.
또 절충형으로 제안된 ‘투톱체제’에 대해서도 “하이브리드 체제도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라며 “특정 시나리오를 가정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입하는 룰은 공정하고 정당한 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속 보이는 제안’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속이 보이는 제도는 성공할 수가 없다”면서 “집단지도체제를 하자니 한동훈 유승민 다 될 것 같아 싫고, 단일지도체제를 하자니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돼서 권한이 너무 셀 것 같으니 그것도 싫어서 나온 궁여지책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