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맞잡은 ‘은퇴도시’ 고령화·지역소멸 대안 부상

2024-06-07 13:00:30 게재

여야 의원 특별법 공동대표발의 … 수도권 주택공급효과도

“춘천 시범사업 입지 검토 …‘종합병원·대규모 거주’ 필요”

윤 대통령 “대도시 은퇴자, 인구감소지역 이주 지원” 지시

우리나라의 최대 고민인 빠른 고령화와 지역소멸 문제의 해법으로 은퇴자 마을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2대 국회 들어서자마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하면서 여야 합의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도 ‘긍정적 의견’을 내놓으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통과도 전에 강원도 춘천 등 관심을 보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주당의 맹성규 의원과 국민의힘의 이양수 의원이 ‘은퇴자마을(도시)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맹 의원 등은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25년에는 고령화비율이 20.3%, 2060년에는 43.9%로 10명 중 4명이 노인인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고령화 속도가 심각하다”며 “고령자와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주거에 대한 다양성과 삶의 질 향상 요구도 증가하고 있고, 나이가 들어도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물론 여유롭고 편안한 은퇴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인복지주택의 대부분은 유료 실버타운으로 운영되고 있고 고가의 관리비로 고령자가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주거지 선택의 폭 또한 제한적”이라며 “고령인구는 급증하는 반면에 은퇴자의 노후에 대한 대책은 마땅히 존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중저가 대규모 은퇴 도시 만든다 = 은퇴자 도시는 기존 실버도시와 달리 주거기능 외에 의료 오락 운동 커뮤니티 시설 등을 모아놓은 2만여명이 거주하는 1만 가구 이상의 노인주거복합단지를 말한다. 이 특별법에서는 ‘60세 이상 국민에게 주거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문화 체육 복지 관광 지원 환경 공원 녹지 시설 등을 설치하기 위해 개발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로 규정해 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은퇴자마을(도시) 본부를 두고 은퇴도시 조성과 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국토부 장관은 5년 단위로 은퇴도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공사, 공공기관 중에서 은퇴도시 사업자를 지정토록 했다.

은퇴도시 사업자는 지정 이후 1년 이내에 승인을 신청하고 은퇴도시 주택을 건설해 분양하게 된다.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입주자 자격이나 선정방법은 국토교통부령에 두도록 했다. 분양가격 등 분양조건과 임대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소유권과 임차권은 양도나 전대가 불가능하다. 국가와 지자체가 은퇴도시 보건의료시설 설치 지원이나 보건의료인력 확보를 지원할 수 있는 ‘임의조항’도 들어갔다.

◆10년 준비한 맹성규 의원 = 이 법안은 맹 의원, 이 의원 외에도 성일종 복기왕 허영 신영대 김민석 이종배 송기헌 임호선 의원이 공동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선의 맹 의원은 강원 경제부지사때부터 국토부 2차관을 거치면서 10년 가까이 ‘은퇴 도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은퇴 도시의 성공요건으로 ‘은퇴 도시’의 성공 요건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하는 종합병원 수준의 ‘의료기관’과 2만명 이상의 ‘주민’이다. “종합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은 비용이 많이 들어 만들고 싶다고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구축돼 있어야 한다”며 “주민이 소규모이면 입주자들간 커뮤니티가 다양하지 못해 정서적 고립감 등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퇴 도시’의 효과로 고령층의 건강한 노후를 보장해주는 방안이면서도 부동산 문제와 지역소멸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의 고령층들이 지역으로 이동하면 지역소멸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수도권에서의 이주자들로 인해 빈 주택은 주택공급효과로 이어져 부동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주자들이 지역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고 구축된 단지 주변에 다양한 창업센터나 산업단지가 들어와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시범사례 성공적 안착이 중요” = 첫 ‘은퇴 도시’ 구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자체는 춘천시다. 맹 의원은 “이번주 춘천시장과의 만남에서 입지선정 지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시범 사업 성격으로 한 곳만 잘 안착이 되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춘천이 입지 등에서 현재 고려 대상이고 인제도 제안을 했는데 병원이 너무 멀다”고 했다. 춘천을 지역구로 둔 허영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춘천 원주 등 강원도에서 성공 시범사례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도 그리 반대할 것 같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지방소멸대안으로 “대도시 은퇴자들이 인구 감소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이주단지 조성, 세제 지원 등 필요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맹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하나도 없다. 현재는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은퇴도시 건립) 제안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원도 부지사때 춘천-속초간 고속철도를 만들면서 2015년에 역세권에 은퇴도시를 만드는 걸 구상했고 강원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과 미국에 3번 다녀왔다”며 “우리 사회에서 혜택을 받고 여태까지 공직에 이어 국회의원을 하는데 은퇴도시 사업이 안착되면 우리 사회에 나와서 존재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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