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시한까지 “네 탓” 공방…상임위원장 반쪽인선 출발할 듯
민주당 “상임위명단 제출 거부하면 모든 책임 여당에”
국민의힘 “국민이 민주당 힘자랑 언제까지 받아주겠나”
다음주 11곳 선출 후 7개 상임위 추가 논의 가능성 커
야당의원만의 투표로 의장을 선출한 제22대 국회가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도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원 명단을 질질끌거나 거부한 후 벌어지는 모든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은 여야간 협상 대화 통해 타협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기 위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국회법이 정한 상임위원 제출시한(7일)까지 ‘네 탓’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여야가 상임위 배분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한 야당 주도로 다음주 상임위원장 선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운영위·과방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선출한 후 7개 상임위원장 선출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고 헌법과 국회법이 기준”이라며 “타협·조정을 시도하고 합의되지 않으면 다수결 원리로 원 구성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 대로 신속하게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오늘이 상임위원 선임안 법적 제출시한”이라며 “민주당은 국회법대로 원 구성을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준비돼 있고 바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오늘 오전 중에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면서 “명단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체하는 것은 국회의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일하는 것을 방해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국회법을 무시하며 원 구성을 볼모로 민생을 방치하고 개혁을 방해하는 무노동불법세력이라는 국민적 지탄을 받게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운영위·과방위 등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배정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상임위원 배정을 거의 마무리했고 전문성 등을 고려해 3선 의원을 중심으로 위원장 추천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우선은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당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주 본회의를 열어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우선 선출하고 여당과의 추가협의를 통해 7개 상임위원장 문제를 처리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박 원내대표는 “거부할 시 벌어지는 모든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면서 “스스로 원망하게 될 일을 하지 말고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압박했다. 오는 13일 11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선출하고, 20일 남은 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는 안이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 등 3개 상임위를 포함해 21대 후반기 때 맡았던 7개 상임위원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주도의 의장선출과 상임위 배정 논의를 여당에 대한 압박이라며 비판하는데 주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사상 최초로 야당 단독개원 국회를 강행해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면서 “우원식 국회의장도 타협·협치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소수당을 압박하는 초유의 모습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4년 전 18개 상임위를 독식할 때도 47일이 걸렸다”면서 “최소한 국민의 눈치 보느라 47일이나 협상에 공들이는 척을 하는 모습 보여줬는데 (이번에는)그런 눈치도 안 보고 소수당에 자신들 따르지 않으면 상임위원장 독식하겠다고 연일 엄포를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법부 수장인 우원식 의장은 민주당 만의 의장이 아닌 국민 모두의 의장이 되고자 한다면 민주당의 입장만을 반영해 소수당에 통첩하기 전에 민주당에 여야가 협치할 수 있는 협상안을 가져오라고 말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의 요구에 응할 뜻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이 남겨놓은 7개 상임위원장직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주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도 “끝까지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독주’의 부담을 짊어지는 것은 결국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열린 22대 국회 첫 본회의도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열린 데 대한 비판이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극한까지 가지는 못하리라는 계산도 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의 힘자랑을 언제까지 국민들이 받아주겠느냐”면서 “민주당의 정치적 부담도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지난 5일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회의장과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만 선출한 데 이어 상임위원장단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만 참여해 선출하는 ‘반쪽 인선’이 될 공산이 크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