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유죄,이재명 향하는 검찰
1심 재판부 ‘경기지사 방북비 쌍방울 대납’ 인정
이르면 이번주 이 대표 기소 … 공모입증이 관건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 시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표에 대해 한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의 공모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한 1심 판결문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 대표를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번 주중 기소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지난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과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관심을 모았던 쟁점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이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해야 할 스마트팜 비용 500만달러와 당시 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용 300만달러를 대신 납부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3월 이 전 부지사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당시 경기도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던 이 대표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수사해왔다. 검찰은 특히 쌍방울이 북한에 지급한 돈이 경기도의 대북사업에 대한 사업기회 부여, 대북사업 공동추진 등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보고 이 대표에게 특가법상 제3자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쌍방울의 대납 행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스마트팜 비용 500만달러를 대납한 것이 아니라면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한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 요청에 따라 (김성태가) 방북비용을 낸 게 아니라면 이미 500만달러를 대납한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300만달러라는 거액을 북한에 지급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측은 “대북송금은 경기도와 무관한 쌍방울의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계약금 성격”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대북송금의 실체를 인정함에 따라 검찰의 칼끝은 다시 이 대표를 향하게 됐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9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대북 사업 경과를 보고하고 이 대표가 결재한 문건 등을 제시했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가 대북사업을 통해 차기 대선 등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목적이 있었고, 이 전 부지사가 지속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도 이 대표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다만 당시 영장을 심사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관여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검찰이 조만간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된데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기가 부담스러운 만큼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표가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되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 등 관련 배임·뇌물’ 의혹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위증교사 혐의 사건 등과 함께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된다.
다만 수원지법은 이날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관여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공모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이 대표도 대북송금과 관련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 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에게 100억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주라고 하는 그런 중대범죄를 저지를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했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와 이 대표와의 공모관계 입증 여부가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향배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