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참사 피해자 '정신질환' 호소
부상자, 죽음까지 고민
시공사에 대책마련 요구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붕괴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 19명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등은 광주시와 시공사 등에 전수조사 및 치료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연대)는 9일 광주 학동 붕괴 참사 3주기를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학동참사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이 설립한 단체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학동 참사 부상자 7명과 유가족 12명을 대상으로 신체적 건강 및 심리적 상태, 사회적 관계 파악 등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부상자 7명 중 4명은 최근 1년 사이 죽음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부상자 모두 참사 이후 ‘신체적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고, 이 중 6명은 ‘매우 나빠졌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부상자 모두 참사 이후 신경계 질환(만성 두통 등)이 발병했다. 또 불안증(85.7%)과 불면증(71.4%)을 진단받았고, 3명은 환청과 망상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도 같은 증상을 호소했다.
유가족 12명 중 11명(91.7%)이 참사 이후 ‘건강이 나빠졌다’고 응답했고, 소화불량(4명)과 두통(5명), 고혈압(2명)과 부정맥(1명) 등이 발병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가족 12명 중 7명(58.3%)은 참사 후 죽음을 고민한 적 있으며, 이 중 3명은 실제 죽음을 시도하기도 했다.
연대는 “지난 3년 동안 피해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필요성을 시공사와 광주시에 요구했으나 구체화 된 적이 없었다”면서 “유가족과 부상자, 수습에 참여했던 공무원과 경찰, 소방대원까지 피해 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구체적인 치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시와 동구는 이날 동구청에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참사 3주기 추모식’을 개최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추모사에서 “오늘 아침 참사 현장을 다녀왔다”면서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은 오늘도 고통 그 자체일 것이고, 아픔은 조금도 줄지 않고 오히려 뚜렷하게 커져만 가고 있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뜻에 따른 추모공간을 조성하고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에 교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 학동 붕괴 참사는 지난 2021년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사고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