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사장, 140억배럴 책임회피?
내부게시판에 “숫자보다 가능성” 강조 … 자원량과 매장량은 다른 개념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인근 해역에 석유·가스 140억배럴 매장가능성을 발표하고, 이틀 뒤인 5일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내부게시판에 책임회피성으로 오해할만한 글을 올린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김 사장은 내부게시판 공지사항 ‘동해 심해탐사’ 제목의 글에서 ‘140억배럴 매장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140억배럴은) 탐사자원량이므로 숫자보다 가능성을 보고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수치를 거론하지 않고 ‘가능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140억배럴’ 책임론에서 비켜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사장은 글에서 “제일 먼저 구성원들과 소통해야 하지만 정보유출 염려가 있어 늦게 보고드린 점 양해바란다”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이어 “지금의 분위기와 관심은 성공하기 전까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앞으로 많은 과제와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쉬운 길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스라엘의 사례를 소개하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스라엘은 동해 가스전과 유사하게 1998년 처음으로 천해에서 ‘마리 & 노아’(Marie & Noa) 가스전을 개발·생산하다 2001년 생산이 종료됐다. 하지만 해외 석유회사들과 지속해 심해지역 탐사를 진행한 결과 2009~2010년부터 대형가스전을 발굴해 생산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에서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동해가스전 300배 규모이며,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 29년, 석유 4년을 쓸 수 있는 양” 등으로 발표한 바 있다.
또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배럴보다 많은 탐사자원량”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브리핑이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동해심해가스전개발TF팀을 구성한데 이어 하반기 시추작업에 착수하기로 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수천억원 이상 소요되는 석유·가스 시추작업을 앞두고 자원량(Resources)과 매장량(Reserve)의 정의를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원개발 학계·업계에 따르면 자원량은 시추에 의해 석유가 발견되지 않았거나(탐사자원량), 발견되었더라도 상업성이 확인되지 않은(발견잠재자원량) 석유의 양을 말한다. 탐사자원량과 발견잠재자원량은 각각 최소, 최적, 최대 등 3단계로 세부분류한다. 윤 대통령 발표에 의하면 최소 탐사자원량은 35억배럴, 최대 탐사자원량은 140억배럴로 해석된다.
매장량은 시추에 의해 석유·가스 부존이 확인됐으며, 상업성이 입증돼 개발계획이 수립된 규모를 의미한다. 원시매장량과 가채매장량으로 크게 구분된다. 원시매장량이란 유층내에 있는 석유 총량이며, 가채매장량이란 유층내 석유 중 지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생산가능한 석유총량이다.
가채매장량은 다시 성공확률에 따라 확인매장량(90%), 추정매장량(50%), 가능매장량(10%)으로 구분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