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재부상…민주당 ‘대북송금 특검’ 카드
이화영, 9년6월형 선고에 여당 “이재명 유죄”
한동훈·나경원·안철수·오세훈 등 공세 동참
민주당, 대북송금 혐의 유죄에 당황 기색 역력
“야당 옥죄려는 조작 수사” 특검법 대응 천명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재판에서 대북송금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9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전면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대장동·위증교사·선거법 등 기존 재판에 불법 대북송금 관련 기소(제3자 뇌물 혐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독재탄압특위가 제출한 ‘대북송금 특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 대응할 계획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여야의 공세는 물론 이 대표의 정치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일 법원이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서 불법 대북송금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민주당 관계자들은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법원이 이 전 부지사의 이 대표 경기지사 시절 방북 비용 대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열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판 이후 민주당이 ‘실체적 진실 규명’을 강조하면서도 재판부가 검찰측 주장만 채택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이의 연장으로 보인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10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회장의 전과 등을 공개하며 “재판장이 김 전 회장의 전과 등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쌍방울의 주가조작 실행가능성을 명시한 국정원 정보는 배제하고 검찰의 회유조작 증거만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쌍방울 사건 조작 수사는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에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법부의 자정능력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황정아 대변인도 9일 “검찰이 자행한 조작 수사가 점차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상당 부분 채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권력과 야합해 조작 수사로 야당을 옥죄려는 검찰의 행태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심재판에서 쌍방울 대북송금과 검찰 조작수사의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국정원 보고서 등은 배제했다는 주장인데 이는 민주당 검찰독재탄압특위가 이 사건과 관련해 제출한 특검법 발의의 연장선에 있다.
특위는 지난 3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대북송금과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불법 수사 의혹을 규명하도록 하는 특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7일 이 전 부지사 유죄 판결 후 ‘특검법 대응’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당이 법사위 간사로 내정한 판사출신의 김승원 의원은 “검찰이 내놓은 오염된 증거 속에서 허우적대다 끝내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이고 실체적 진실까지 외면한 꼴”이라며 재판부를 겨냥했다.
담당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안 발의 주장에 이어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한 공세를 넘어 10일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특검을 통해 김 전 쌍방울 회장 등의 진술 번복에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는 것을 밝히겠다는 것인데,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추가기소를 염두에 둔 여론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9일 MBC라디오에서 “(민주당이)윤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에 대해 배우자 등과 관련한 수사에 대해 공적 권한을 동원한다고 비난해 놓고 (특검 주장은)이 대표와 측근 수사·재판에 국회 입법권을 동원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여당은 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부각에 집중하고 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 다음에 실형도 아니고 집행유예만 확정돼도 대통령직이 상실된다. 선거 다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이화영 판결을 보고도 ‘이재명 대표 사당화’에 침묵한다는 것은, 같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화영의 대북송금 유죄는 이재명의 유죄”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 정도 중대한 사안을 지사 몰래 부지사가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총선 실패에 이은 내부분란으로 정국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권력을 직접 겨냥하면서 전환점을 찾자는 암묵적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물론 이재명 대표의 개인 입장에서도 상당한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재판부가 이 대표의 직접 연루에 대해선 판단을 미뤘으나 이 전 부지사와 연결고리를 끊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존 3개의 재판에 대북송금 사건 관련 추가 기소가 이뤄지면 총선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사법리스크가 전면으로 부상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한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가 9년 6개월인데 저도 대북송금 특검에서 20년(검찰) 구형, 1심과 2심에서 12년을 선고, 그러나 대법원(3심)에서 파기환송, 살았다”고 적었다. 그는 “최종 판결은 기다려야 한다”며 “저는 국정원장을 역임했기에 국정원 보고서를 신뢰한다. 국정원 문건이 증거로 채택되면 대북송금은 무죄가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