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피해구제’ 실효성 고심…주요국, 적극적 보상 유도
금감원, 해외 사례 검토한 내부보고서 작성
‘제재와 보상’ 병행 … 한국은 피해구제 강제권한 없어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홍콩H지수 ELS 사건’으로 은행들이 피해 배상에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이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가들이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와 함께 피해 보상 조치를 취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금융당국은 피해구제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홍콩ELS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이후 은행들은 기준안을 토대로 자율배상에 나섰다. 금감원이 이후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특정 사례에 대한 배상비율을 결정했지만 강제력은 없다. 분쟁당사자인 은행과 소비자에 대해 조정안을 권고한 것일 뿐 어느 한쪽이 거부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소비자 피해에 대응한 해외 금융감독당국의 조치 사례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한 내부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해외 주요국 금융감독기관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시 제재조치와 함께 피해구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와 병행해 보상금 지급 등 실효적인 피해구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금융소비자 피해와 관련한 주요국의 대응을 보면 영국 금융감독청(FSA, 현 FCA)은 로이즈 TSB 뱅크가 2004년까지 판매한 일명 ‘Precipice bond’(절벽 채권) 투자자 2만3000명에게 약 9800만파운드(현재 환율 약 17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과 증권선물위원회(SFC)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니본드 상품을 불완전판매 은행을 대상으로 60~70% 수준의 일률적인 보상 가이드라인을 제시, 은행과 합의하고 동 합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조사를 중단하는 등 신속한 피해구제에 중점을 둔 후속조치 실시했다. 미니본드를 판매한 16개 은행이 약 3만명의 투자자에게 1조원을 보상하도록 사실상 명령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애틀랜틱 유니온 뱅크의 당좌차월(overdraft)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5백만달러의 피해구제 기금을 적립하는 동시에 피해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계획의 준수 여부를 보고하도록 했다. 피해고객 식별 방법과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안내할 사항 및 고객별 통지 방법, 보상금 지급 방법 등 피해구제를 위해 마련해야 할 세부사항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다. 피해구제 뿐만이 아니라 불완전판매 등의 배경이 되는 내부통제 문제와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도 적극적으로 묻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