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로에 선 대부업, 명칭 변경 적극 고려하자
대부업은 금융접근성이 낮은 서민층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자제한법이 폐지되면서 고금리와 불법채권 추심의 폐해가 사회문제화되자 정부는 2002년 이를 양성화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 등록을 의무화했다.
이후 여러차례 제도개선과 감독을 통해 서민금융의 주요 공급자로 역할을 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일부 대부업체의 위법행위와 불법사채업자의 대부업 사칭이 계속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절실한 시기에 ‘서민금융 정상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법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막연히 ‘대부업체’하면 ‘불법사채업자’를 떠올리는 현실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카드사 캐피탈 저축은행과 비슷한 금리로 저신용자에게 신용을 공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2007년 금감원의 검사권 신설 이후 투명성이 강화되었다. 등록대부업체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통해 서민금융의 최후 보루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명칭 변경을 권고한다.
근본적 문제해결 위한 조치 병행해야
대부업이 발달된 일본에서는 ‘소비자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다만 8000개가 넘는 대부업체의 영업행태와 준법수준의 차이가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명칭 변경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명칭 변경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와 법 집행 기관은 불법사금융업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시스템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둘째, 대부업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대출 이용 시 주의할 점과 불법사채를 식별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독립적인 소비자보호 기구를 통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며 법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서민금융의 본질적 문제는 신용에 있다. 혁신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예방해야 하며, 포용과 효율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셋째, 대부업체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대출 조건 금리 수수료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대부업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이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ESG 경영에도 기여한다. 동시에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대출상품을 개발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업계의 실질적 개선 이뤄지는 계기되길
춘추시대 제나라 장공(莊公)은 관리들과 백성들에게 “이제부터 ‘도끼’를 ‘쑥’으로 바꾸라”고 명령했다.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왕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장공은 신하에게 “저 나무를 쑥으로 베어라”고 지시했다. 신하는 도끼를 가져와 나무를 베려 했고, 장공은 “왜 도끼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신하는 “비록 이름을 바꾸었지만 나무를 벨 수 있는 도구는 도끼뿐이기에 이를 가져왔습니다”고 답했다. 장공은 웃으며 “맞다. 이름을 바꾼다고 실상이 바뀌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름과 실상이 일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부업 명칭 변경이 서민금융의 최후보루로서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과 업계의 실질적인 변화와 개선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