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휴전안’에 하마스-이스라엘 온도차
하마스 “안보리 결의 환영”
이스라엘 대사 입장 안밝혀
미국이 주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통과한 가자 3단계 휴전 지지 결의안에 대해 전쟁 당사자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날 안보리 결의 채택 후 성명을 내고 “하마스는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내용을 환영한다”며 “결의안은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 포로 교환, 재건, (주민들의) 쫓겨난 주거 지역으로 복귀, 가자지구의 인구통계적 변화나 영역 축소 거부, 우리 주민에 필요한 구호품 전달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주민과 저항 운동의 요구와 일관된 원칙들을 이행하기 위한 간접 협상에 관여할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은 이날 회의 석상에서 3단계 휴전 협상안에 찬성을 표했는지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주유엔 이스라엘 대표부의 레우트 샤피르 벤-나프탈리 조정관은 “이스라엘은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의 군사·통치 능력을 파괴하며 향후 가자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라며 “이번 전쟁 종식을 막고 있는 것은 오직 하마스뿐”이라고 말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표결 과정을 지켜봤지만 정작 이스라엘 발언 순서에서는 자리를 비웠다.
에르단 대사는 지난 3월 안보리가 가자지구의 휴전 결의를 개전 후 처음으로 채택했을 때도 “슬프게도 안보리는 오늘도 작년 10월 7일 벌어진 대학살을 비난하는 것을 거부했다”라고 비난하는 등 안보리를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안보리 회원국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이스라엘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찬성했는지 불분명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이번 결의안이 아랍권의 지지를 받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유일하게 기권했다. 결의안이 안보리를 통과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14개국이 찬성하고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이번 결의안이 통과됐다.
아랍권의 유일한 이사국인 알제리의 아마르 벤자마 주유엔 대사는 “이번 결의안 문안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한 살인과 고통 지속되는 가운데 그들에게 대안으로서 희미한 희망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제는 살인을 멈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미국은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스라엘은 이미 협상안에 찬성했고, 하마스도 찬성한다면 싸움은 오늘이라도 멈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지구 전쟁 ‘3단계 휴전안’을 거듭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에서의 즉각적인 휴전, 모든 인질의 석방, 가자지구로 가는 인도적 지원의 실질적 증가 등으로 귀결될 바이든 대통령의 포괄적인 제안을 미국과 세계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