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서 100억원 규모 횡령 또 터져
내부통제서 이상징후 포착, 해당 직원은 자수
700억원대 횡령 이후 시스템개혁 ‘우려’
금감원 "횡령 규모 커, 신속 검사 착수 예정"
우리은행에서 100억원 규모의 대출금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11일 지방의 한 영업점 직원이 100억원 규모의 고객 대출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2년 전 7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횡령사고 이후 개선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은행측에 따르면 지방의 한 영업점 직원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대출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빼돌려 해외선물 등에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이 직원에 의한 투자손실 규모는 6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번 사고는 지난 5월 본점 여신감리부의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상징후가 포착돼 소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횡령금을 회수하기 위해 특별검사팀을 해당 영업점에 급파했다. 은행측은 향후 강도 높은 감사와 함께 구상권을 청구하고, 내부통제 프로세스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철저한 조사로 대출 실행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재발을 방지할 것”이라며 “해당 직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함께 모든 직원에 대한 교육을 통해 내부통제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내부통제시스템을 정비해 조직의 일신을 모색해 온 개혁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전국 32개 지점장에게 명령휴가를 발령했다. 지점장이 휴가를 간 32곳 지점에는 내부통제 지점장들이 휴가기간 감사를 진행했다. 명령휴가제는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에게 불시에 휴가명령을 내리고, 업무내용 전반을 감사하는 내부통제제도의 하나이다.
이에 앞서 2022년 우리은행 본점에 근무했던 한 직원의 700억원대 대규모 횡령 사건이 드러나 금융권에 충격을 줬다. 이 사고로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도 개선된 내부통제시스템이 도입됐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대형 횡령사고가 드러나면서 시스템 개혁에 대한 의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고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은행측이 직원의 횡령사실을 구체적으로 적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횡령 규모가 큰 만큼 신속하게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이경기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