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1년, 정부구제지원 17% 불과
정부 ‘LH 공공매입’ 단독 방안 내놓자
피해자들 국회의장 면담 추진
“선구제 후회수와 병행 추진해야”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후 1년 동안 정부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304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은 수는 1만7000여명(5월말 기준)으로 늘었지만 정부 지원대책 실효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 중 정부지원 대책 이용은 △저리대환대출 1513건 △경공매 유예 807건 △우선매수권 사용 259건 △긴급주거지원 305건 △공공임대주택지원 160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매입 2건 등 3046건으로 집계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방안을 놓고 국회에서 정부·여당과 야당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피해자의 17%만 구제를 받고 있는 셈이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5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보증금채권매입방안을 담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개정법안은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야당은 특별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여당과 합일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LH 공공매입 확대는 보증금채권매입과 함께 병행해야 할 과제로 제안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요구한 보증금채권매입 방식은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기관이 사들여 피해액의 일부를 피해자들에게 먼저 돌려주고 추후 경·공매를 통해 회수하는 ‘선 구제 후 회수’를 골자로 하는 방안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이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을 개정했지만 폐기됐다.
정부는 ‘선 구제 후 회수’는 천문학적 비용과 국민의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LH 공공매입 방안을 들고 나왔다. 현재 LH가 매입임대 예산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한 뒤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장기 공급하고 경매 차익에서 보증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21대 국회 종료 직전 대안으로 내놓았다.
정부안의 핵심은 LH가 경·공매를 통해 피해주택을 매수해 발생한 경매차익(LH 감정가-매각가)을 보증금으로 전환해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1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초 10년간은 보증금에서 월세를 차감한 뒤 이후 10년은 시세 대비 50~70% 수준 월세로 제공하고 남은 경매차익은 퇴거 시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국토부는 기존 특별법 지원 대상에서 빠져있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다가구주택, 선순위 임차인 피해주택, 경공매가 이미 종료된 유형 등에 대해 주거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책을 찾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책위는 이같은 정부안과 피해자들이 요구한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은 효과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참여연대 실행위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HUG의 경매차익 활용 예시를 후순위이면서 소액임차인이 아닌 경우로 대입한 결과 정부안은 경매차익과 배당액을 합한 금액을 보증금 등 임대료로 지원하게 되는데 선순위채권액이 매각가나 경매차익보다 높다면 사실상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선 구제 후 회수’는 최우선변제금 수준인 30% 이상을 구제해주도록 하고 있어 특정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는 정부가 추진하는 LH 공공매입과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을 병행해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안상미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늦게라도 정부가 LH 공공매입을 통한 피해구제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보증금채권매입과 LH 공공매입 두가지 방안 중 반드시 한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원식 국회의장을 면담했다. 대책위는 22대 국회에서 피해자 구제방안을 명시한 특별법 개정을 우선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고, 우 의장은 “전세 사기 피해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