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 20.8%…전액 상환시 재대출 허용

2024-06-12 13:00:17 게재

생애 1회 대출에서 횟수제한 폐지

작년 3월말부터 18만명, 1403억 대출

대출 이용자 20~30대 43.6%에 달해

일용직 건설 근로자인 A씨는 건설 경기 침체로 단기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져 생활고에 시달렸다.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창원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있는 ‘서민금융 출장상담창구’를 찾았다. A씨는 50만원의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았고, 복합상담을 통한 직원의 안내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이용하게 됐다. A씨는 “소득이 끊겨 생계가 막막했는데, 즉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며 “그간 쌓은 건설, 목공 기술과 안내해준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잘 활용해 반드시 취업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3월말부터 소액생계비대출을 시행한 이후 올해 5월말까지 취약계층 18만2655명이 1403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하위 10% 이하 92.7% =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소액생계비대출 이용자의 79.9%가 50만원을 빌렸으며, 신용하위 10% 이하 비율이 92.7%를 차지했다. 이용자의 32.8%는 기존 금융권 대출 연체자였으며 연령별로는 20~30대 비중이 43.6%로 가장 높았다. 청년 빈곤의 심각성이 반영된 것이다. 일용직, 무직, 학생, 특수고용직 등 기타 직업군(69.1%)이 근로소득자(21.8%)나 사업소득자(9.1%)보다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체가 있거나 소득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도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급전을 구하지 못해 생계가 막막한 취약계층들이 불법사금융으로 가는 것을 막고 자금조달의 숨통을 틔어주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기부를 받아 마련한 조치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제도의 특성상 연체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9월 8%였던 연체율은 지난해말 11.7%, 올해 3월 15.5%, 5월말 기준 20.8%에 달했다.

금융위는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연체율 상승은 금융권 및 여타 정책서민금융에 나타나는 전반적인 경향이나, 소액생계비대출은 금융회사 대출 연체 중인 자, 저소득·저신용자 등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를 지원대상으로 하므로 연체율이 더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긴급한 자금 수요 고려, 9월부터 재대출 가능 = 당초 소액생계비대출은 보다 많은 서민·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생애 한번만 대출을 허용했다. 하지만 긴급하게 생계비가 필요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위는 올해 9월부터 횟수제한을 폐지하고 재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원리금을 전액 상환한 경우로 대상을 제한했다. 재대출시 기본금리 리인 15.9%가 아닌, 1년간 성실 상환시 금리(최저 9.4%)가 적용된다.

채무조정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이자 성실납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장 5년간 만기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만기연장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향후 이자상환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원리금 일부 납부를 조건으로 만기연장이 가능하게 된다.

또 이용자 중 다중채무자에 대해 신용회복위원회와 연계해 채무조정제도 이용을 유도하고, 상담과정에서 법원을 통한 회생·파산절차 진행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회생·파산 신청과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

이용자의 상환능력을 높이기 위해 연체자를 대상으로 고용·복지를 안내·연계하기로 했다. 알림톡이나 유선 상담을 통해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고용지원제도와 복지제도를 함께 안내하고, 서민금융진흥원은 금융회사 대출을 연체한 소액생계비대출 이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부채 컨설팅 프로그램을 신설해 부채관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12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대출 이용자, 센터 상담직원들과 소액생계비대출제도 시행 1주년 간담회를 가졌다.

김 부위원장은 “서민금융은 그 특성상 민간 금융회사가 자금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이와 같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서민금융진흥원과 같은 정책서민금융이 서민 등 취약계층에 대해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어려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 대한 채무조정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고용-복지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분들의 상환능력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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