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주 상임위, 대통령실·정부 수시 소환 예고
법사위 등 여당 빼고 전체회의, ‘채 상병 특검법’ 속도
운영위·과방위·문체위 등 저격수 자임 야당 의원 빼곡
박찬대 “상임위 바로 가동 … 부처 불응, 청문회 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을 안건으로 다룬다. 이에 앞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오후 첫 전체회의를 열고 김 현 민주당 의원을 야당 간사로 확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임계를 내고 불참했으나 회의 소집 자체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11개 상임위를 바로 가동하고 7개 상임위 구성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여당도 협조해 달라”고 했다. 국정조사, 대정부질문 등을 추진하고 부처의 업무보고를 요구해 응하지 않을 경우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법사위·운영위 등 주요 상임위를 장악한 민주당이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를 수시로 불러들이겠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국회 법사위는 12일 오후 첫 전체회의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법안소위로 보낼 전망이다.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1일 “민주당 간사에서 즉시 소위 구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법사위 1소위는 법사위 자체법안, 2소위는 타 상임위에서 이관된 법안의 자구·체계심사를 벌인다.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거쳤고,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수정·재발의된 만큼 숙려기간을 생략하고 바로 안건으로 올려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국회에서 관련법안을 법사위를 회피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뒤 본회의 의결까지 235일이 걸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당 의원들이 안건조정위를 요구할 수 있으나 범야권 정당이 협력하면 최장 90일이 걸리는 안건조정 심의도 하루면 마칠 수 있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외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의 ‘방송 3법’,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의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 국토교통위원회 소관의 ‘전세사기특별법’ 등을 6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법사위 구성 또한 정부·여당에 대한 확실한 견제의지가 선명하다.
민주당은 정청래 위원장을 비롯해 판사출신의 김승원(재선) 간사, 5선으로 법사위에서 13년을 활동한 박지원 의원, 최고위원인 서영교(5선) 장경태(재선) 의원,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의원,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검사장 출신의 이성윤(초선) 의원 등을 배치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문재인정부 당시 감찰담당관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감찰한 인물이다.
법사위 못지 않게 관심이 몰리는 상임위가 운영위원회다.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등을 관할해 통상 여당 원내대표가 맡아왔는데 22대 전반기 국회에선 민주당이 야당 몫 배정을 주장하며 박찬대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검증공세에 최근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의 영일만 석유 매장 발표 경위에 대한 공세도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들어 국정기조 전환을 강조하며 위원장을 차지해 대통령실 등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한 논란이 부상하면서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뜨겁다. 민주당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추미애 의원, 문재인정부 청와대 참모출신인 박수현, 고민정, 윤건영 의원 등이 포진했고,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이 배정한 상임위원직을 사임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등 윤 대통령과 직결되는 기관과 참모가 피감대상인 만큼 여당 의원들의 고심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방위도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상임위다. 민주당은 방송위원장(직무대행) 출신의 최민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출신인 김 현 의원(재선)에게 간사를 맡겼다. 5선의 정동영 의원과 친명계 핵심인사로 이재명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우영 의원 등이 참여한다.
다선·중진 의원들이 다수 배치됐던 국방위도 관심을 끈다. 민주당 추미애(6선)·박범계(4선) 의원, 조국혁신당 조 국(초선) 의원이 배치됐는데 모두 문재인정부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야당이 22대 국회 전반기 최우선 과제로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꼽고 있는 가운데 수사 외압 의혹 등에 대한 국방위 차원의 조사가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11일 “문재인정부 법무 장관 출신 세 명이 국방위에 갔으니 흥미진진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추 의원과 조 대표는 이날 중앙군사법원에서 열린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5차 공판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명환 박준규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