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뭉갠 권익위, 부실조사 의혹에 후폭풍
“서면조사도 제대로 안 한 듯” 송곳 국감 예고
야당, 권익위원장·부위원장 고발 검토 등 공세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제재 규정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후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사건 신고인인 참여연대는 사건 종결과 관련한 이의제기와 행정소송을,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이틀 연속 기자회견과 항의방문을 한 데 이어 권익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중이다. 권익위 내에선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동네북’을 예약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를 방문해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전날에도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권익위가 아닌 여사 권익위냐”며 정조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배우자는 금품을 수수해도 문제가 없다는 억지 궤변으로 청렴한 공직사회의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할 권익위가 헌법 가치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익위가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의 법 위반 사실을 알고 신고했는지 여부도 조사하지 않은 점, 명품백을 제공한 최재영 목사가 여러 진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한 점, 대통령실이 금품 수수 행위를 예방할 시스템을 갖췄는지 살피는 행정기관 감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과 관련해선 유철환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 등에 대한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할지 여부를 검토중이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전현희 의원은 국정조사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형사 고발과는 별개로 당장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권익위를 상대로 한 ‘송곳’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언론보도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가 이뤄졌는지도 의심스럽고, 최 목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안 했다는 것 아니냐”면서 “종결 조치를 결정한 권익위 회의록만 살펴봐도 얼마나 부실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 내외와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던 참여연대도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관계자는 1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종결조치에 대한 통지문이 오는 대로 이의제기 및 행정소송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어떤 조사가 이뤄졌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여연대는 서울 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자 배우자는 금품 수수해도 된다는 조롱을 어떻게 견딜 것이냐”며 권익위의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