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전남 의대 신설 갈등과 정부 역할
의료 조건이 열악한 전남 동부권과 서남권이 의대 유치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의대와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인구증가에 도움이 되고 지역대학의 지속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더군다나 가까운 곳에서 질 높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을 고려하면 지역간 의대 유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근거없는 억측이 난무하면서 소모적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순천시와 순천대는 전남도가 목포대를 염두에 두고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남도 주도 의대 신설 논의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여기에 삭발까지 강행한 정치인들이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일각에선 2년 후에 있을 전남지사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까지 곁들여져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갈등은 지난 5월 전남도가 정부에 추천할 대학을 선정하는 공모절차를 밟으면서 한층 심해졌다. 전남도는 10월까지 정부에 추천할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런 일정을 고려하면 소모적 갈등은 1년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정치인까지 소모적 갈등에 가세하면서 중재자 없이 폭주하고 있다.
소모적 갈등은 정부가 나서면 쉽게 해결될 사안이다. 전남 의대 신설 논의가 윤석열 대통령 언급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정부의 후속조치가 문제 해결의 열쇠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국립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엿새 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의대가 없는 광역단체인 전남지역 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절차에 따라 신청이 이뤄지면 정부가 신속히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을 보탰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이 같은 언급에 따라 전남도는 지난달 초 2025학년도 의대정원 발표 때 전남 의대 정원 배정을 요청하고,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교육부에 공모일정 등을 상세히 보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정원 배정은 고사하고 전남도가 추진하는 공모에 대해 가타부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전남도 주도 의대 신설 추진 근거가 취약해졌고, 순천시는 보란듯이 독자추진을 선언해 갈등을 키웠다.
정부 입장에선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계 반발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또 복지부와 교육부 공무원들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연일 동분서주하면서 여유가 없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전남 의대 신설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한 약속을 마냥 미루는 것은 답이 아니다. 적절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게 국가를 운영하는 적절한 업무처리라고 생각한다.
방국진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