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개혁 지킬 실행 방안’ 공인회계사회장 선거 막판 변수
나철호 “표준감사시간 강제규정으로 복귀시키겠다”
이정희 “최근 의원 10여명 만나서 회계포럼 제안”
최운열 “여·야 의원들과 공감대 형성, 회계기본법 제정”
“얼마 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유동수 의원(정무위원회)과 만나서 신외부감사법(회계개혁으로 제정)이 흔들리는 것을 막고 법정신을 살려서 지켜내자고 했고 다들 동의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과도 연락해서 지지를 받았다.”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권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토대로 회계개혁을 이끌어가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2~3개월 동안 국회의원 10여명을 만나 가칭 국가회계포럼 또는 회계정책포럼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회계를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하고 중장기적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회계개혁을 지키는 일이다.” 또 다른 후보인 이정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역시 국회와 함께 회계개혁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공인회계사회칙 개정을 통해 표준감사시간을 강제규정으로 복귀시키겠다. 정부와 정치권과도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겠다.”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는 회계개혁의 한축인 표준감사시간제도가 지난해 무너졌다며 공인회계사회 회장이 되면 이를 원상태로 되돌리고, 또 다른 축인 주기적 지정제 사수를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9일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한 3명의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회계개혁 사수’를 주요 공약으로 강조하고 있다. 유권자인 회계사들은 실제로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고 회계개혁 필요성이 대두될 당시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을 맡았던 최중경 전 장관은 위기에 처한 회계업계를 구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공인회계사회 회장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회계사들에게 인식시켜 준 계기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기업들의 반발 등으로 회계개혁이 후퇴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면서 회계사들은 ‘제2의 최중경’을 기대하고 있다.
중견회계법인의 한 파트너 회계사는 “말로는 다들 회계개혁을 지키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행 의지와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철호 “강한 행동력으로 신외감법 사수” = 나철호 후보는 “회계업계 향후 4년은 도전과 엄청난 시련의 시기가 예상된다”며 “신외감법 사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의 일관된 총의와 회장의 강한 신념과 행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외감법의 핵심인 표준감사시간제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을 충실히 준수하고 적정한 감사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야 감사시간을 말한다. 하지만 공인회계사회 회칙 등에서 표준감사시간을 강행규범으로 인식될 수 있는 조항이 폐지됐다. 나 후보는 “공인회계사회칙의 최종의결권자는 바로 우리 회계사들”이라며 “지난해 회원들의 총의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졸속 개정돼 너무나 안타깝다. 반드시 강제규정으로 복귀시키겠다”고 말했다.
주기적 지정제 사수를 위해서는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선 학계와 협업해 주기적 지정제를 통한 감사인의 독립성, 감사품질의 개선이 회계투명성에 순기능을 하는 것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또 “상장협,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와는 기업과 회계사가 대립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라는 것을 인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주기적 지정제는 상장회사 등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했다면 이후 이후 3년은 금융당국(증권선물위원회)이 외부감사인을 직접 지정하는 제도로 회계개혁의 대표적 산물이다.
◆이정희 “중장기적 회계산업 발전방향, 지금부터 준비” = 이정희 후보는 “당장 몇 년간 주기적 지정제를 지키는 것보다 앞으로 회계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적 발전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고,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이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회계는 국가의 핵심 인프라인데 국회가 이런 문제를 너무 등한시했다”며 “국회의원 20~30명이 참여하는 국가회계포럼을 구성, 4년간 회계를 국가적 아젠다로 만들고 실무적인 준비 등을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주기적 지정제의 단순한 외관을 지키는 게 아니라 실질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3년의 지정감사가 끝나고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입할 수 있는 기간(6년)으로 돌아갈 때 회계법인들의 치열한 수임 경쟁으로 감사보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고 결국 감사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자유선임 6년을 지정제 도입 이전과 같이 회계법인들이 경쟁하면 실질적으로 주기적 지정제가 지켜지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런 파괴적 경쟁을 지양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 후보는 “회계사회 내에 ‘회계와 사회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국회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계 등 5개 소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소위원회는 과반 이상을 각 직역출신의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들이 맡아서 회계와 관련된 논의를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키고 내용을 축적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회장 혼자 잘한다고 해서 회계개혁이 지켜지는 게 아니고 시스템과 중장기적인 전략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운열 “회계에 대한 인식 전환 중요, 근본적인 접근 필요” = 최 후보는 회장에 당선되면 ‘신외감법 시행 5년을 되돌아보다’를 주제로 국회의원들과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22대 국회에 입성한 여·야 의원들과 어느 정도 얘기가 진행됐다.
그는 “신외감법의 성과가 무엇이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의원 시절 함께 신외감법을 통과시켰던 동료 의원 등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회계개혁 필요성에 대한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는 회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회계개혁이 흔들림없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외부감사 강화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은 외부감사를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부감사를 잘해야 회계투명성이 올라가고 기업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에서 비용이 아닌 투자로 회계에 대한 기본 인식이 달라지는 게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식 전환을 위한 여러 방안 중에서도 ‘회계기본법 제정’이 회계산업 전반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는 “회계산업이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정부 부처에서 회계담당 부서는 금융위원회에 한팀이 있었을 뿐이고, 그마저도 국으로 흡수됐다”며 “회계기본법을 제정해서 회계산업을 다루는 회계감독청을 둔다거나 금융위 내에 별도의 부서(국)로 인사·조직·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법에 흩어져 있는 회계 관련 조항을 회계기본법이 포용해서 회계사들의 영역을 법으로 분명히 하고 장기적으로 회계산업 발전을 위한 틀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