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유류세 인하 종료 대신 인하율 조정 ‘절충안’ 유력검토
세수확보·국제유가 고려해 만료 검토했지만 … 물가 자극·부자감세 비판여론 우려
기존 인하율을 소폭 낮추는 방안도 검토 … 7월부터 휘발유 소비자가격 오를 가능성
‘유류세 딜레마’에 빠진 정부가 절충안을 유력검토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달 말로 만료되는 가운데 정부가 인하율을 소폭 하향조정할 것이란 전망이다.
당초 정부는 최근 하락세로 접어든 국제유가 흐름과 1분기 법인세 급락에 따른 세수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3년째 이어진 유류세 인하조치를 만료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장바구니 물가가 높고 자칫 이 조치가 제2의 부자감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정부가 유류세 인하조치 종료나 연장 대신 ‘절충카드’를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다만 절충안을 선택하더라도 리터당 수십원~100원 가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때문에 정부가 2개월 안팎의 ‘초단기 연장안’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인하종료 검토했지만 =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주 중 ‘유류세 인하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인하조치를 연장 또는 종료할 경우, 물가와 세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예상보다 저조한 법인세 실적 등으로 세입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일몰(한시조치 종료)에 무게가 실렸다. 실제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4월 말 일몰을 전제로, 올해 세입을 전망하기도 했다. 유류세로 대표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징수액은 2021년 16조6000억원 규모였지만 2022년 11조1000억원으로 뚝 떨어진 뒤 작년엔 10조8000억원에 그쳤다. 올해 1~4월에는 3조6000억원 걷혀 작년 같은 기간과 비슷했다.
최근 국제유가 안정세에 힘입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하향 추세란 점도 작용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월 첫째 주(2~6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리터(L)당 11.5원 내린 1666.9원으로, 5주 연속 하락했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1497.5원으로 전주보다 14.4원 내리며 6주 연속 떨어졌다. 이 때문에 6월 초까지만 해도 기재부 내부에서는 “3년째 끌어온 유류세 인하조치를 마무리할 적절한 시점”이란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물가자극·여론악화 부담 = 문제는 최근 들어 2%대 후반으로 떨어진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가계소비가 많은 휘발유와 경유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중치가 큰 품목 중 하나다. 전체(1000.0)에서 휘발유는 24.1, 경유는 16.3을 차지한다.
현재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615원이다. 탄력세율 적용 전(820원)과 비교하면 L당 205원(25%) 낮다. 연비가 L당 10㎞인 차량으로 하루 40㎞를 주행할 경우 월 유류비가 2만5000원가량 줄어든다. 유류세 인하조치를 중단할 경우 소비자들은 현재 리터당 1600원대에 넣고 있는 휘발유를 다시 1800원대로 넣어야 한다. 소비자 부담도 커지지만 전체 물가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 흐름이 다소 안정화 됐지만 확연한 내림세는 아니란 점도 변수다. 올해 6월 평균 국제유가는 79.92달러로, 2021년 유류세 인하를 결정한 시점(81.61달러·2021년 10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 기재부가 유류세 인하를 종료한 사례를 보면, 국제유가가 79.39달러(2018년 10월)로 뛰었을 때 유류세 한시 인하를 시작해 국제유가가 66.94달러(2019년 3월)까지 내려왔을 때 단계적 종료를 결정한 바 있다.
◆초단기 연장? 절충안? = 여론은 더 큰 부담이다. 윤석열정부 초 법인세와 종부세 인하에 이어 최근 반도체산업 26조원대 지원 등으로 ‘부자감세’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생계와 직결된 ‘기름값 인상’이 현실화되면 비판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 “재벌이나 집부자에겐 천문학적 세금을 깎아주면서 일반 국민들은 차별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인하조치 종료 대신, 탄력세율을 단계적으로 복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21년 11월부터 휘발유·경유에 대한 탄력세율 인하 조치를 실시해 이달 말까지 9차례 연장했다. 휘발유 유류세를 역대 최대폭인 37%(L당 516원)까지 내렸다가 지난해 1월 1일부터는 인하율을 25%로 줄였다. 이 인하율을 다시 15%~20%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이렇게 하더라도 모처럼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는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다시 리터당 수십원~100원 정도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 내에서는 ‘2개월 안팎의 초단기간 인하조치 연장과 인하폭 조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