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대로’…‘민생’보다 앞세운 ‘정쟁’
숙려기간 없앤 속도전 … “민심보다 당심 챙기나” “채상병특검법·방송4법 앞서 여야 합의 법안 먼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법대로’를 앞세우며 국회법에서 허용한 범위 안에서 입법 속도전을 펼칠 태세다. 22대 국회에 들어서자마자 ‘법대로’ 본회의를 열고 ‘법대로’ 상임위원장 11자리를 선점했다. 그러고는 국회법에 나와 있는 방법을 활용해 ‘입법 숙려기간’을 건너뛰기도 했다. 제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지목하고 ‘방송 4법’ 통과도 예고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독주가 여론과 멀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쟁이 될 만한 법안보다는 민생법안을 앞세워야 하는데 과도하게 강성 지지층 중심의 ‘당심’에만 호소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여론의 역풍을 고려한 전략적 사고와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수도권의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독주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민생뿐이고 무조건 민생을 앞세워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에서 상임위 등 국회 일정 참여를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는 모두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지만 정쟁이 될 만한 법안이 아니라 민생관련 법안들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확보한 이후 과방위에 이어 전날엔 법사위도 야당 단독으로 열었다. 이날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기 위해 민주당은 ‘숙려기간 20일’을 생략하기 위한 위원회 결의 절차를 밟았다. 숙려기간 안엔 국민들에게 법안 내용을 알리고 의견을 듣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7월 중순이면 채상병 조사 외압과 관련한 전화통화기록을 확보하기 어려워 속도전이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지만 여전히 민생법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이뤘지만 통과하지 못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미래 먹거리 AI기본법, 반도체 지원을 위한 K칩스법,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 자격을 박탈하는 ‘구하라법’(민법), 법관증원법, 육아휴직확대법(모성보호3법), 대형마트 주말의무휴업 규제 완화법(유통산업발전법) 등을 먼저 손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앞의 중진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여당 시절이었던 4년 전과 달리 ‘독주’의 역풍이 강하지는 않겠지만 민주당이 민생이 아니라 정쟁 관련한 사안들을 위주로 처리하게 되면 민주당도 심판받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20%대에 머물고 있지만 민주당 역시 지지율이 30%대에 갇혀 있다는 점, 민주당의 4.10 총선 성적이 자력에 의한 게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당장 채해병 특검법을 처리해야 하는 긴박함이 있기는 하지만 24개 법안 당론화 등을 통해 민생법안도 챙길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