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이재명 기소…공방 예고
검찰 “이화영과 공모, 쌍방울 통해 방북비 대납”
이재명 “금품제공 지시·권유·부탁 사실 없어”
‘대북송금’ 보고 여부가 향후 재판 핵심 쟁점
검찰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는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2022년 10월 쌍방울그룹 비리 전반에 대해 수사에 나선지 1년 8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9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재판에서 대북송금 연루 혐의가 인정되자 닷새만에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긴 것이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이던 2019~2020년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 하여금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사업비 500만달러와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이 대표가 통일부 장관 승인없이 남북지원·협력사업을 실행해 남북교류협력법도 위반했다고 봤다. 또 김 전 회장이 대납한 800만달러가 금융제재 대상인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지급됐다고 보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김 전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대표는 기소 직후 검찰을 비판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이 사건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우리 국민들께서 조금만 살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재판에서는 우선 김 전 회장이 쌍방울 임직원을 동원해 북한에 건넨 돈의 성격을 놓고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UN의 대북제재로 북측에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를 지급할 수 없게 되자 경기도가 추진하던 대북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김 전 회장에게 대납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관계 차질로 도지사 방북이 어렵게 되면 대북정책 성과를 바탕으로 차기 대선을 준비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수 있어 이 대표가 돈을 지급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수원지법도 지난 7일 이 전 부지사 선고 재판에서 쌍방울의 대납행위를 인정했고, 도지사 방북비용에 대해서도 “경기도지사 방북 관련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반면 이 대표는 “터무니 없는 허위”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9월 검찰 소환조사 당시 공개한 진술서에서 “경기도나 이재명은 북측에 돈을 줄 의무도 이유도 없다”면서 “스마트팜 비용 대납 명목이라는 500만달러는 쌍방울이 북측과 체결한 대북경협사업의 대가이며, 도지사 방북비 300만달러는 김성태가 방북해 북측과 경협합의서를 공개적으로 체결하려는 대가로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방북사업을 이 전 부지사에게 지시했고 이 전 부지사는 진행상황을 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도 이 전 부지사의 중국 출장 직후인 2019년 5월, 아시아태평양번영국제대회 후인 2019년 7월, 이 전 부지사 사퇴 직전인 2019년 12월 등 세 차례 시기를 특정해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김성태의 방북비 대납’을 보고했다고 적었다.
반면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9월 “쌍방울그룹 관계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북측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하도록 지시, 권유, 부탁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정치인생뿐 아니라 개인적인 삶도 망칠 중대범죄이고 발각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북측의 대남공작에 악용되고 김성태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 명백한데 그런 범행과 반국가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음에도 그런 범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었다.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개입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에 대한 보고 여부에 대해선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 대표가 대북송금 대납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향후 재판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