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나흘째 의총…“도대체 언제까지” 현실론 고개
민주당 ‘독주’에 상임위 보이콧-특위 정치로 대응
“일하려 국회의원 됐는데 백수된 느낌” 볼멘 소리도
국민의힘의 국회 상임위 보이콧이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언제까지 의총하고 특위만 할 거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의 상임위 독주로 당내 강경론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목소리를 높이지는 못하지만 ‘출구전략’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3일 오전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네번째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를 열었다. 민주당 등 거대 야권이 국민의힘 불참에도 불구하고 법사위 운영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이후 국민의힘은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항의의 뜻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의 표면적 기류는 보이콧 강경론이 단연 압도적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반쪽 의장이 만들어낸 반쪽 국회가 입법폭주의 면허증을 받은 양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시작했다”고 민주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선 야당 단독으로 위원장을 선출한 11개 상임위 불참의 뜻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져 있는 7개 상임위원장직을 받을 것이냐에 대해서도 “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 다수다. 김용태 의원은 13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수의 의견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게 맞다고 본다”면서 “여야가 합의해 원구성을 하는 것이 관례인데 (받아들이면) 여당도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의원총회에서 나오는 발언들도 강경론이 더 많은 편이라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정치 처음 하는 초선 입장에서 봐도 민주당의 행태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라면서 “다른 분들도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강경론과 결이 다른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일하려고 국회의원이 됐는데 백수가 된 느낌”이라며 “당내 특위가 있다고 하지만 의원 배정이 완료되지 않은 것 같더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자체적으로 15개 특위를 구성하고 정부 당국자들을 불러 특위 회의를 열고 있다. 전날에는 재정·세제개편특위, 노동특위, 교육개혁특위, 재난안전특위 등 4개 특위 회의를 열었다. 각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차관, 교육부 장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등과 각 부처 담당 국·과장들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에 불참하더라도 당내 특위를 통해 민생을 챙길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입법권도 없는 특위 활동은 당내 의원들 ‘교육용’밖에 안 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등 ‘의회 독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도 국민의힘을 당황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민주당의 의회 독주를 ‘이재명 방탄 독주’로 아무리 비판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가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됐다는 탄식도 나온다.
결국 당내 시선은 지도부의 ‘출구전략이 뭐냐’ 쪽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