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장관’ 집중 압박…“상임위 안 나오면 청문회로”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고발 가능한 청문회로 전환 예고
박찬대 “정부부처 업무보고 거부, 가장 강력한 조치” 경고
대정부질문도 불참할지 주목 … 결산심사·예산삭감권 활용
국민의힘, 특위 만들어 단속 나서 … “버티기 어려울 것”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대로 국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본회의 상임위 등에 정부측 인사가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은 처벌조항과 강제조항이 있는 청문회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 또 예산삭감권, 국정감사, 자료요구 등 압박카드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13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장관 등 공무원들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하지만 장관 등의 불출석이 이어지면 상임위 운영 자체가 쉽지 않고 특히 현안 등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는 데도 한계가 있어 공무원들의 상임위 출석을 강제하기 위해서라도 청문회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현안 관련 상임위 회의는 불참하더라도 제재조항이 없지만 현안 청문회로 전환하면 장관 등이 증인으로 채택되고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사유서 제출이 필요하다”면서 “부적정하게 불참하면 동행명령, 고발조치 등 강력한 징계조항이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들도 안 나오려고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단 민주당은 ‘출석 요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날까지 과방위, 법사위에 이어 복지위, 국토위, 행안위를 열고 업무보고를 위한 국무위원과 정부위원의 출석을 요구했거나 요구할 계획이다. 전날 법사위에서는 14일에 현안보고를 위해 법무부장관 등의 출석을 주문했다.
장관 등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청문회로 전환해 ‘국회증언감정법’에 의한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는 동행명령 뿐만 아니라 고발 조치도 가능해져 장관 등에 실질적인 압박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11일 “부처 업무보고부터 요구하고 불응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국회법에 따라 임시회 회기내 대정부 질문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모 최고위원은 “장관 등 공무원들이 계속된 상임위와 법안소위, 청문회에 무작정 불출석할 수 있겠느냐”며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24~2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이은 26~28일 대정부 질문에 국무위원들이 불참할 지도 관심이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국회의장을 설득해 ‘법을 지키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6월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고 이 주장이 수용될 경우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국무위원 출석 요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회의, 상임위 등이 공개되는데 여당 의원과 함께 행정부 관료들까지 국회 출석을 거부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할까”라며 “여당 눈치를 보겠지만 오래 버티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특위에는 출석하면서 국회 차원의 상임위에 나오지 않는 것은 강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의 상임위 운영에 반대하면서 ‘보이콧’을 선언했고 대신 15개의 자체 특위를 만들어 ‘당정협의’ 형태로 현안을 다루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공무원들을 잡아두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전날 재정세제개편특위에는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등 기재부 실무진이 참석했다. 재난안전 특위에는 김주이 행안부 안전정책국장이 보고자로 나섰고 노동특위엔 이성희 고용부 차관이 나왔다. 공무원들의 민주당 접촉도 견제하는 분위기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은 “산자부에 따르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민주당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개별업무협의를 중단해 달라고 했다”며 “의원실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산자부의 업무협의가 당일 취소됐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행정부 업무협의 차단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이 공무원 단속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정부의 자료제출 거부에도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동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자료제출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예산 편성을 거부 당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으로 정기총회 전에 해야 하는 결산심사와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도 강력한 민주당의 무기가 될 전망이다. 감사원 감사를 요청할 수도 있고 예산안 심사에서는 ‘삭감권’을 과감하게 사용할 수도 있어 민주당 등 야당의 힘은 더욱 막강해지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낀 공무원은 더욱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공무원들이 상임위 등에 출석하기 시작하면 국정현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 ‘국정기조 전환’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더욱 코너에 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 부처에서 업무보고를 갑자기 취소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경고한다.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 때에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