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끝내지 못하는 서방

2024-06-14 13:00:00 게재

G7, 러 동결자산 활용 69조원 지원 … 나토, 연 59조 지원 추진

(왼쪽부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이탈리아 풀리아 지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 69조원을 지원키로 합의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매년 59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고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서방은 무기와 재정지원을 하며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들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약 68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고 AFP, 로이터, AP 통신이 보도했다.

정상들은 이날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주 브린디시의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개막한 G7 정상회의 첫날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를 의제로 다뤘다.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회의 뒤 취재진에게 “우리 관할권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수익을 활용해 대출 형식으로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약 500억달러를 추가 재정 지원하기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몰수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G7 회원국, 유럽연합(EU), 호주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자국 기관들이 보관해온 러시아 중앙은행 보유외환 2820억달러(약 375조원)를 동결했다.

미국은 애초 동결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자고 제안했으나 대부분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예치된 유럽 국가들은 법적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다.

이에 G7 정상들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직접 처분하지 않으면서 동결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를 올해 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앞서 EU는 지난달 자체적으로 역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연간 약 30억유로(약 4조4000억원)의 수익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유일한 대출권자는 아니고 공동대출 방식이 될 것”이라며 “공동으로 약속했기 때문에 위험을 분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원안의 또 다른 목표는 G7 회원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상관없이 우크라이나를 수년간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있다고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G7 합의에 러시아 측은 즉각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영국 가이언지에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수익을 취하려는 시도는 범죄”라며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응할 것이며 이는 EU에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나토는 내달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매년 400억 유로(약 59조원) 지원 합의를 추진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 첫날 기자회견에서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나토 동맹국들은 연간 약 400억 유로 규모의 군사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왔다”며 “나는 이 정도 수준의 지원 규모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동맹들이 공평하게 이를 분담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나토 역할이 커지면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당장 필요한 것과 장기적 수요를 모두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토 회원국은 각자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라 일정 금액을 갹출한 뒤 모두 합쳐 400억 유로 이상을 모아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합의하는 것이어서 실제 집행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GDP 대비 최소 2%’로 합의된 나토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 역시 제대로 지켜지고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기류를 보여주듯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헝가리의 경우 일찌감치 이런 계획에서 빠지기로 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전날 나토 차원의 모든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계획에 참여도, 반대도 하지 않겠다고 했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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