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국차 48% 관세…중국차 ‘감당 가능’
유럽가격, 자국 대비 약 2배 책정돼 있어
중남미·중동·동남아 등 새 시장 진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9일 BYD, 지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추가 부과금을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이들이 생산하는 전기차에 대한 관세는 최대 48%까지 높아진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13일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유럽연합의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생산공장을 대륙으로 이전하고 높은 이윤을 통해 충격을 흡수하는 등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몇가지 옵션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들은 자국내 가격 전쟁과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유럽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왔다.
중국승용차협회 추이동수 사무총장은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강해지면서 관세 인상 등 무역 조치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중국에서 수출되는 자동차에 대한 압력이 있더라도 자동차 제조사들은 추가 관세로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BYD 주가는 추가 관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전망에 따라 12일 8.8% 급등하며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 사이에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BYD의 돌핀 컴팩트 크로스오버 및 MG 4와 같은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가격이 자국 대비 평균 약 2배로 책정돼 있어 추가 관세에 대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안나 천 애널리스트는 “BYD는 자사의 자동차가 동종 최고의 수익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EU 수입관세 부담의 대부분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YD는 업계 평균 관세율 21%에 비해 낮은 17.4%를 적용받았으며, 영국 브랜드 MG를 소유한 상하이자동차는 최대 38.1%까지 적용됐다.
JP모건 체이스 앤 코의 애널리스트 닉 라이는 관세가 추가되더라도 유럽에서 BYD의 자동차 1대당 이익은 여전히 중국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자동차보다 약 1.5배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요소 외에 중동,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유럽의 추가 관세를 상쇄할 수 있는 또 다른 옵션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는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 첫번째 전기차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멕시코와 브라질에 약 5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태국과 호주 등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현지 생산을 통해 새로운 관세를 피할 수 있는 유럽 첫번째 자동차 공장으로 헝가리를 택했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생산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지난해 딜러들에게 유럽에서 잠재적인 생산 부지를 찾기 시작했다고 밝혔고, 체리 자동차는 바르셀로나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스페인의 EV 모터스와 계약을 맺었다.
2010년 스웨덴의 볼보를 인수한 지리자동차는 생산량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장 리프모터 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체결한 파트너십에 따라 향후 스텔란티스 NV의 글로벌 공장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역시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에게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니오의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리는 이달 초 유럽연합의 관세 부과가 “상당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 중동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발표된 알릭스파트너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거주자의 71%가 올해 전기차를 구매할 가능성은 ‘매우’ 또는 ‘보통’으로 나타났으며, 중국 제조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유럽, 미국, 일본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이와증권 애널리스트 케빈 라우는 “유럽의 관세 인상은 중국 제조사에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는 이 지역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BYD, 지리자동차, 상하이자동차의 전체 매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라고 추정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