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저격한 ‘유죄 판결’, 의협 감정서가 근거
시민단체, 임현택 회장 명예훼손으로 고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판사 제정신이냐”고 한 유죄 판결은 정작 의협 산하기구 감정서를 근거로 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시민단체가 임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13일 의료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형사항소3-2부는 지난달 30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80대 파킨슨 병을 앓는 환자에게 멕페란 주사액(2㎖)을 투여해 부작용으로 전신 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멕페란 투여와 환자가 입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의협 의료감정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2곳이 낸 감정서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의협 의료감정원의 감정회신서에 의하면, ‘멕페란의 성분인 메토클로프라미드는 뇌내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해 파킨슨 증상, 즉 느린 동작, 경직, 떨림, 균형장애로 인한 넘어짐을 악화시킬 수 있고, 멕페란 주사 이후 이러한 파킨슨 증상의 악화가 있을 경우 이를 멕페란 주사로 발생한 상해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썼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관련해 재판부는 판결문에 “‘멕페란 투약 후 당일 의식저하, 상실, 발음장애 등은 멕페란 주사액의 투약으로 인한 약물 이상 반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의료감정원의 감정서가 판결의 근거인데도 해당 판결은 의정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반발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한편 임 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결을 내린 판사의 사진을 이름과 함께 공개하면서 “창원지법 판사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여자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에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 아니라 반드시 심평원 심사규정에 맞게 치료해주시기를 바랍니다”고 적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창원지법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13일 임 회장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제출했다. 서민위는 임 회장이 판사의 사진과 인신공격성 게시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사법부를 능멸했다고 주장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