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7년’ 받은 의사, 왜?
수면마취 환자 사진찍고 성폭행까지
법원 “성적대상 삼고 돈벌이에만 급급”
마약류를 처방해 여성 환자를 성폭행까지 한 의사가 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서울 청담동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13일 준강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 염 모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792만원을 선고했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5년간 취업제한과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검찰은 염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부는 “마약류 남용을 예방하고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와 사회 복지에 앞장서야 할 의사가 프로포폴 처방을 통한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며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염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소재 병원에서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신 모씨에게 프로포폴, 미다졸람, 디아제팜, 케타민 등을 섞어 투여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의사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환자들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여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수면마취 상태에 있는 여성 환자 10여명의 신체를 불법촬영하고 성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염씨에 대해 “돈벌이에만 급급한 피고인의 행위로 병원에서 9시간 머물며 9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한 신씨는 약물의 영향력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인도를 걷던 행인을 치어 사망하게 하는 사고를 냈다”며 “신씨의 부탁으로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뒤 자신의 범행이 들통 날 것을 우려해 진료기록부 폐기를 시도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염씨가 2년 이상 수면 마취 상태의 환자들을 성폭행하고 이 과정을 불법 촬영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수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태양과 방법, 횟수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도 무겁다”며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꾸짖었다.
한편 신씨는 약물을 투약하고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뺑소니 사고를 내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신씨는 지난 4월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