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규모 커지고 유동성 늘면 GDP 증가로 이어져”
금융개방 확대 국가 더 긍정
한국, 인구당 상장사 더 증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주식시장의 경제 성장에 대한 장기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증시 규모와 유동성 확대가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금융 개방도가 크게 확대된 국가들의 경우 더 효과적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여타 국가에 비해 인구 당 상장기업수가 상당히 크게 증가하는 등 국내 실물 경제에 긍정적이 영향을 미쳤다.
14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시가총액은 560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GDP 대비 시가총액(명목달러 기준) 비율은 5.9%에서 132.3%로 늘어 주식시장은 GDP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세계 주식시장의 시총 증가 수준은 37배 수준으로 한국 증시는 여타 국가에 비해 한층 높은 증가 폭을 보였다. 실질 시가총액이 가장 큰 비율로 증가한 국가는 한국으로, 1980~84년과 비교할 때 약 110배(2010~14년 평균)의 수준으로 확대됐다. 다음으로는 멕시코와 스페인이 약 80배와 23배 수준으로 증가했는데 우리나라와는 큰 격차를 보인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각 국가들의 주식시장 지표 변화에 대해 개관하고 경제 성장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한 결과 주식시장의 규모와 심도, 유동성 개선이 GDP 증가로 이어진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장 연구위원은 “증시 규모의 경우, 호주, 벨기에, 멕시코, 한국에서 GDP에 대해 양(+)의 인과성이 존재한다”며 “심도는 호주와 벨기에서 양(+)의 장기 인과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회전율의 경우엔 한국과 스페인에서 GDP에 대해 양(+)의 장기 인과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 대한 추가 분석을 통해 주식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은 각각 상장기업수에 양(+)의 장기 인과성, 상장 기업수는 자본스톡에 양(+)의 장기 인과성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주식시장의 규모나 유동성 확대는 기업의 상장을 촉진함으로써 자본 축적과 실물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저변 확대와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이 보다 원활하게 자본을 조달하게 된다면, 생산 활동을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장 연구위원은 “주식시장도 실물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므로 그 발전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양질의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이 꾸준히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면 실물 경제도 견실한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