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반쪽 국회’…“상생 정치” 목소리 높아진다
정치 원로들 “조속한 타협으로 국민 불안·공포 해소해야” 개혁신당 “도탄에 빠진 민생 안 보이나 … 타협하라”
22대 국회 개원 후 2주간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 독주, 국민의힘의 보이콧 정치가 이어지면서 양당의 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도발로 인한 긴장 고조, 집단휴진 예고로 인한 의료대란 우려 등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일이 쌓였는데 제1, 2당이 등을 지고 서로 비난만 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각 당에서도 기존의 투쟁 일변도와 결이 다른 목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다.
14일 국회에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다. 지난 12일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채 상병 특검법’을 심사할 법안심사소위원회 구성과 입법청문회 증인 채택의 건을 의결한다. 과방위 전체회의에선 소관 부처 현안·업무보고 일정 의결과 방송법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과방위와 법사위가 열리는 14일 같은 시간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임위 회의에 불참하고 의원총회에 참석한다. 민주당이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10일 이후 닷새째 열리는 항의성 의총이다. 지난 11일 이후 국회에선 법사위 과방위를 비롯해 행정안전위 보건복지위 국토교통위 등 5개 상임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여당 의원들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제1, 2당은 반쪽 국회를 이어가면서도 입으로는 ‘민생’을 말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임위 속도전을 펴는 이유로 “시급한 민생 현안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상임위는 보이콧하면서 당내 15개 특위에서 민생과 정책을 챙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임위와 특위 모두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정부 관계자들도 상임위 출석을 꺼려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거의 모든 부처가 업무보고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특위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지만 순조롭지만은 않다. 입법권 없는 특위에 현안보고를 해봤자 여당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을지 몰라도 특별한 효력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간 대치 속 민생이 내팽개쳐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치권에선 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 원로들이 먼저 입을 뗐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는 전날 22대 국회 파행과 관련해 긴급 시국 성명을 내고 타협 정치를 촉구했다.
헌정회는 성명에서 “북한은 수차례 미사일 발사 도발에 이어 최근 이유가 불분명한 쓰레기 풍선 침투를 자행했고 대내적으로는 의료 대란을 겪으며 국민 고통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면서 “엄중한 국가 혼돈 상황에도 여야는 난국 수습책을 논의하기는커녕 국회 운영을 파행하면서 대립과 상호 비방전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야는 조속히 적절한 협의기구를 통해 국난 수습을 위한 토론과 협상에 나서달라”며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 양보와 협치를 이끌어 내는 상생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인태 전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국회에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가고) 그렇게 하니까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고, 대선 지고, 지선 지고 하지 않았냐”면서 “여야가 서로 못하기 경쟁을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소수 야당도 민생을 외면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동시에 때리고 나섰다. 개혁신당 조용진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민주당에 대해선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민심을 외면한 채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며 협치 대신 법대로를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해바라기처럼 용산만 쳐다보며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과 양심의 타협정치를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각 당내에서도 아직 소수지만 기존과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이콧 강경론이 득세하는 국민의힘 내에서도 “상임위 보이콧은 여당답지 않은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민주당 내에선 “이러다가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김형선 이명환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