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수주 호황에 금융지원 확대…중소·중견기업 해외진출도 지원
시중은행, 중형조선사 RG발급 11년 만에 재개
대형조선사에 올해 14조원 규모 RG한도 제공
스타트업·벤처기업 100개사 선정해 맞춤형 지원
국내 조선 산업이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을 대량 수주하는 등 호황기를 맞으면서 정부와 민간 금융기관이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형조선사들은 2020년부터 시작된 수주 호황으로 4년치 선박 건조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중형조선사에 대해서는 무역보험공사(무보)가 은행의 보증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식으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K-조선 수출금융 지원 협약식’에는 12개 금융기관과 3개 조선사 대표가 참석해 1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밝혔다.
금융기관의 지원방식은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이다. RG는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가 조선사에 선박 건조대금의 40%를 선수금으로 지급하면, 조선사의 선박 적기 인도 실패에 대비해 금융기관이 선수금 환급을 보증해주는 것을 말한다. RG발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선박 수주를 하기 어렵다.
국내 조선사의 선박수출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04억달러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금융위와 산업부는 “수주 호황에 따라 조선사는 선박 건조 계약에 필수적인 RG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처협업을 통해 시중·지방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하는 RG 확대 방안을 마련함에 따라 이번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5대 시중은행과 3개 정책금융기관(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은 대형 조선사들에 대해 RG발급을 분담해왔다. 하지만 최근 고가 선박 수주 호황으로 대형 조선사의 기존 RG 한도가 거의 소진됐다. 따라서 8개 금융기관은 현대계열 3사(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와 삼성중공업에 총 101억불(한화 약 14조원)의 신규 RG 한도를 부여하기로 했다.
5대 시중은행과 함께 3개 지방은행, 기업은행은 중형조선사에 대한 RG 공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9개 은행이 모두 중형조선사 RG발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억6000만달러의 규모의 RG를 9건 발급함에 따라 7억달러 규모(약 1조원) 선박 9건의 건조가 순조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무보는 중형조선사 RG에 대한 특례보증 비율을 기존 85%에서 95%로 확대해서 은행의 보증 부담을 1/3로 완화시켰다.
산업은행은 중형조선사가 이미 수주한 선박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2억6000만달러의 RG를 발급할 예정이다. RG 발급에 따라 5억700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의 선박 6척에 대한 건조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향후 수주 계약 건에 대해서는 선박 인도 일정에 따라 1억6000만달러의 RG를 발급하기로 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조선사 대표들은 “업계의 오랜 숙원인 중형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은 K-조선 경쟁력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이라며 “앞으로도 수주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중은행의 중형사 RG 발급이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후발 경쟁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K-조선 초격차 기술 로드맵’을 7월중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과거 조선업 침체로 중단됐던 시중은행의 중형조선사 RG 발급이 재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조선사의 금융애로가 없도록 지원하고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안덕근 장관과 김주현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한은행과 무보가 ‘중소·중견기업 해외진출 활성화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신한은행과 무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과 새로운 시장 개척 등을 위해 해외에 진출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현지 생산설비 구축 자금 등 총 1조원 규모의 수출금융을 우대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수요기업을 발굴해 우대 대출을 제공하고, 무보는 대출자금에 대한 보증과 함께 보증료 할인, 타당성 조사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무보는 기술성·성장성·혁신성 측면에서 수출 잠재력이 높은 수출테크기업 육성을 위해서도 지원에 나선다. 향후 3년간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100곳을 선정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투자자금을 우대 지원하고, 무보는 보험·보증료 90% 할인과 기업당 최대 100억원까지 제작자금 특별보증을 제공하는 한편 코트라의 해외무역관 입주 등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이 운영 중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지난해말 기준 401개사를 발굴해 866억원을 투자했다.
이경기 이재호 정연근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