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취약계층에 적극적 ‘재정투입’ 나서라
자영업자들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전체 외식업체의 21.52%에 달하는 17만6258곳이 지난해 폐업했다. 생계비를 마련하지 못한 취약계층(저신용·저소득)들은 생활고를 겪고 있다. 지난 1년간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은 취약계층은 18만명을 넘어섰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는 이들 취약계층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코로나19 당시 금융지원 확대로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대출로 연명해온 이들은 장기적인 고금리 환경으로 인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벼랑 끝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을 동원해 또다시 금융지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갚기 어려운 빚만 더 늘어나고 연체 증가에 따른 금융회사의 부담만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3.5%에 달한다. 일본과 독일, 미국이 각각 9%, 8%, 6%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진 반면, 경기침체 여파로 서민들이 소비지출에 쓸 수 있는 실질 가처분소득은 줄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가장 먼저 쓰러지고 있다.
영업력은 있으나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에게 금융지원을 해줄 필요는 있지만 산소호흡기를 달아도 살아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폐업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폐업률은 9.5%로 전년 대비 0.8%p 증가했다.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경제활동 복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과도한 자영업자 비율이 경제 상황에 맞게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해 자영업자 사업구조개편을 준비해야 한다.
취약계층들을 위한 소액생계비대출도 재원은 정부 예산이 아니다. 은행권 기부금으로 유지되는 만큼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기획재정부가 보증 방식이 아닌 직접 대출에는 재정을 투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지난해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못했다. 안정적인 재원 기반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권에 크게 기댄 금융지원정책은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PF 부실 증가와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금융권의 체력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서민, 자영업자 지원방안 마련 TF’를 구성했다. 금융권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원방안을 논의하겠지만 이후 재정 투입을 위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방안 마련과 함께 적극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기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