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기금 벤처펀드 출자 적합한가
상생협력법 개정안 의결
“기금목적과 맞지 않아”
상생협력기금의 벤처펀드 출자가 허용된다.
정부는 18일 국무회의를 열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생협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2월 8일 정부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민간자금의 벤처투자시장 유입 촉진 기반 확충’의 후속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결정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상생협력기금 용도에 맞지 않다는 게 이유다.
상생협력기금은 대기업 등이 중소기업과 상생협력 촉진을 위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출연하는 민간기금이다. 기금은 대·중소 상생협력기금과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으로 구성된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누적된 기금은 2조6563억원이다. 대기업 공공기관 등 415개사가 매년 평균 3000억~4000억원을 출연했다. 이중 중소기업 57만7437개사에 2조315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2017년부터 조성됐다.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으로 피해를 입는 농어업·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이 지금까지 3000억원 규모를 출연했다.
기금용도는 △기술협력 촉진 △임금격차 완화 △생산성 향상 △성과배분 △환경경영협력 △인력교류 △기술보호 △판로확대 등 12개로 지정돼 있다. 기금조성 취지와 용처가 ‘상생협력 촉진’인 것이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에 13번째 용도로 벤처펀드 출자를 명시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상생협력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은 대기업이 보다 손쉽게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입장에 ‘적합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벤처펀드 투자가 기금조성 취지인 ‘상생협력 촉진’과는 걸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중기부 고위직을 지낸 A씨는 “최근 중소기업에게는 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을 강화해 세계시장 진출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기금을 집중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기부의 상황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벤처투자는 이미 열려져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혹한기에도 돈이 몰리는 분야가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ICT서비스 바이오·의료 등이다. 즉 현재 시점에서 벤처투자 활성화는 자금보다 투자환경 변화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상생협력재단 관계자는 “기금의 벤처펀드 투자만 허용했을 뿐 상세한 투자방향이나 기준은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