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3000명 ‘국회 미래 활동 평가’ 보니
‘잘 한다’ 3%뿐, “정당 이익 치중”…‘입법’보다 ‘국민 소통’ 주문
국회미래연구원 “공론화위·국민청원·국회개방” 제안
‘30년후 미래 긍정 평가’ 11개 분야 모두 ‘암울’
외교안보 긍정전망 추락 … 환경분야는 ‘바닥권’
21대 국회가 중장기 미래 활동에 대한 평가에서 유권자 중 3%만 ‘잘한다’고 답하는 등 100점 만점에 36점을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이유로 정당들이 국가 미래보다는 정당 이익에 치중한 때문이라고 봤다. 따라서 22대 국회에는 정당들이 단기 입법에 치중하기 보다는 국민 소통에 주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18일 국회미래연구원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7~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3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결과를 이같이 제시했다.
‘제 21대 국회가 우리나라의 중장기 미래를 위하여 실시한 활동들’에 0점부터 10점까지로 평가해 줄 것으로 제안한 결과 8~10점인 ‘잘함’ 평가는 3.3%에 그쳤다. 0~2점인 ‘잘못함’은 34.7%에 달했다. 5점인 ‘그저 그렇다’가 33%로 가장 많이 나왔다. 0~4점으로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절반이 넘는 52.0%였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전체 평균은 3.56점이었고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35.6점이었다.
0~7점으로 답한 2900명에게 부정평가 이유를 물어보니 절반 가까운 47.2%가 ‘정당들이 당의 이익에 너무 치중’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의 역량 또는 자질 부족’(32.3%), ‘단기 입법성과 중심의 계량적 지표에 따른 평가와 공천’(7.3%)도 적지 않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제 22대 국회가 우리나라의 중장기 미래를 위하여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4.3%가 ‘국민과의 소통’을 꼽았다. ‘정책 발굴 및 개발’과 ‘입법’엔 각각 28.2%, 17.3%의 유권자가 손을 들어줬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성과’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민심은 정책이나 입법보다는 ‘소통’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주목된다.
국회 미래연구원은 “국회의 ‘국민과의 소통’ 활동으로는 대표적으로 공론화위원회 운영,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하여 관련 논의와 함께 대안을 마련하는 활동, 국민동의청원 국민제안 등 국회가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활동, 국회방송 기자회견 등 국회 내외 이슈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유하는 활동, 그리고 국회내 회의 방청 등 국회 개방 활동 등이 있다”고 했다.
국회 미래연구원은 또 ‘30년 후 미래에 대한 11개 분야의 긍정적 전망치’가 5년 전인 2019년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는 점도 공개했다. 가장 많이 나빠진 분야는 외교 안보 등 국내외 정치였다.
‘북한’에 대한 긍정 전망치가 75.1%에서 29.5%로 추락했다. 국제정치는 44.8%에서 27.2%로 내려앉았다. ‘정치, 행정’도 42.0%에서 27.2%로 낮아졌다. 미래연구원은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이 2019년 조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 상황이 미래 전망에 좋지 않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국제정치’와 ‘정치・행정’ 분야에서 타 분야에 비하여 긍정적 전망이 더 크게 감소해 정치・외교 관련 분야의 30년 후 미래에 대한 전망이 경제 또는 사회 관련 분야보다 더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매우 낮은 수준이었던 ‘식량 수자원’과 ‘기후’에 대한 긍정적 시각은 더욱 낮아졌다. 5년 만에 각각 27.6%, 13.0%에서 21.8%, 8.6%까지 내려왔다. ‘인구, 사회’에 대한 긍정 시각 역시 29.4%에서 18.2%로 하락했다. ‘사람’에 대한 긍정 전망도 30.9%에서 27.5%로 낮아졌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비율은 37.7%에서 27.6%로 줄어들었다. 미래 ‘경제’에 대한 긍정적 시각도 45.0%에서 37.1%로 낮아졌다.
미래연구원은 “식량, 수자원, 기후 등 환경에 대한 미래 전망치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출생・고령화 현상의 심화로 인하여 ‘인구, 사회’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18.2%까지 낮아졌다”며 “긍정적 전망이 부정적 전망보다 우세(긍정적 전망치가 50% 이상)한 분야는 11개 분야 중 ‘과학기술’(82.1%)과 ‘거주환경’(52.5%) 뿐”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