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석 민주당, 수사·판결 가이드라인 통할까
‘대북송금 의혹’ 검사 실명 비판, 판사 교체도 요구
4개 재판 동시 진행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어 ‘총력’
부적격 대법관후보 지목, 국회 동의권으로 압박
‘김건희 논문 표절’ 밝힐 숙대 총장 선출에 훈수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휩싸여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과 사법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압박에 나섰다. 검찰의 수사방향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또 국회 동의권을 내세우며 대법관후보 중 부적격자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원내대표가 나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을 밝히려는 숙대 총장 후보를 지원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18일 민주당은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성남시 16만평 명의신탁,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국민의힘을 규탄한다’고 비판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검찰과 국민의힘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조장한다고 보고 강도높은 대응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불법 대북송금 의혹 기소가 검찰의 무리수인데다 ‘진술 조작’의 결과라는 주장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의 예민한 대응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이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과 야당 간사까지 나서면서 검찰과 재판부를 동시에 비판을 쏟아냈다. 판사출신의 김승원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이화영 유죄 판결) 결과도 오판이었지만 절차도 엉망이었다”며 “판사 개인의 편향된 가치관과 선입견, 독선 오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이 전 지사에게 유죄를 판결한 판사가 이 대표 사건도 맡게 되면서 “이미 유죄를 때린 판사가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 앞서 판결한 것과 다른 무죄를 때릴 수 있겠느냐”고 했다. 사실상 판사 교체를 요구한 셈이다. 이 대표는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는 높은 수위의 비판을 쏟아내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170석을 보유한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강도 높은 압박은 검찰로 이어졌다. 대책위는 “특검이 늦어진다면 술파티 진술조작 의혹과 관련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즉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홍승욱·신봉수 수원지검장, 김영일 2차장검사, 김영남 형사 6부 부장검사, 박상용 검사부터 현재 수사 맡고 있는 김유철 검사장, 안병수 2차장검사, 서현욱 부장검사, 송민경 부부장검사까지 관련된 모든 검사들과 담당교도관 및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 채택 및 관련 자료들의 국회 제출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다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의혹,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에 이어 불법 대북송금 의혹까지 이 대표는 동시에 4개의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단 하나만 ‘1심 유죄’만 나와도 리더십은 크게 손상이 가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사법리스크에 대한 민주당의 압박도 크게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험난한 대법관 인사청문회 예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이 추천할 3명의 대법관 후보군 9명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가 무려 5명, 절반이 넘는다”며 “윤강열 부장판사는 2년 전,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 항소심에서 보석을 허가해 주고 무죄를 선고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직속 후배, 술자리 친구, 연수원 동기에 하다못해 장모님 은인까지 등장했다”며 “정치적인 이해와 연관된 법관을 중용하는 건 사법부 판결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법관을 임명 제청하라”며 “더불어민주당은 매서운 인사청문회로 최종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고 국민 요구에 답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모 의원은 “이 대표가 다소 급해진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강수를 두면 둘수록 세간의 이목은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럴수록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민생에 주력하고 집중하면서 발언도 민생쪽으로만 해야 한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 숙대총장 후보임명에 훈수 =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을 맡게 될 숙명여대 총장 선출 과정에도 한 수 거들었다. 훈수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꺼낸 들 태세로 읽힌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숙대 총장 결선투표에서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그 후보는 ‘총장이 된다면 진상 파악부터 해 보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하겠다’면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숙대에서는 김건희 논문 표절 심사가 28개월째 진행 중”이라며 “상식적으로 60쪽짜리 논문 표절 심사가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냐”고 따졌다. 이어 “누가 봐도 1위 후보가 총장이 되는 것이 순리 아닌가. 설마하니, 47.60%를 득표한 1위 후보를 제치고, 36.97% 득표에 그친 현 총장을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들은 믿는다”며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그런 해프닝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숙명학원 이사회는 오는 20일 총장 후보를 지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