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베이트 의혹 의사 1천명 수사”
서울경찰청장 “수사 확대 배제 안해”
고려제약 압수수색 과정서 자료 확보
경찰이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현직 의사 1000명을 수사 선상에 올렸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고려제약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자료를 확보했다”며 “불법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확인이 필요한 의사가 10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현행 약사법은 월 10만원 수준의 제약사 마케팅 활동에 대해 허용한다. 하지만 그 기준을 넘어선 금품 등을 제공받은 의사에 대해 면허정지 등 행정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 청장은 이날 “현금을 직접 받은 의사, 물품을 받은 사례, 골프 등 접대를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며 “확인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입건된 것은 제약사 관계자 8명과 의사 14명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사들은 아직 입건되지 않은 상태다.
의료계의 집단 휴진과 집회 하루 전에 발표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갑자기 시작된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애초 고려제약과 관련한 불법 리베이트 의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되면서 시작됐다.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담당했지만 사건 규모 등을 고려해 의료전문수사팀이 있는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옛 강력수사대)로 넘겨졌다.
조 청장은 “구조적인 문제로 보이는 점이 여러 곳에서 발견돼 한 제약회사 문제로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며 “세무당국 등과 협의해 수사 확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제약은 2000년 코스닥에 상장된 제약사로 지난해 매출 81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지역 대형 병원은 물론 지방 의원급 병원까지 확인할 대상(의사)은 다양하다”며 “현금의 경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건네진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수사기관이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수사를 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서울 노원경찰서에서는 서울지역 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제약사로부터 회식비나 야근 간식비 등을 받은 의혹을 조사 중이다. 전공의들은 리베이트 대가로 환자 수백명에게 치료와 무관한 해당 제약사의 비급여 비타민 주사제 등을 과잉 처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이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지었지만 권익위가 재조사 결정을 하면서 수사를 재개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 조사부는 지난해 말 서울 경보제약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경보제약이 수백억원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공익신고를 접수한 권익위가 사건을 검찰에 넘긴데 따른 것이다.
리베이트 사건은 뇌물사건과 같이 난이도가 높은 수사로 꼽힌다. 주로 현금과 물품이 건네지기 때문에 공여자가 일관된 진술을 하지 않을 경우 수뢰자의 유죄를 입증하기 어렵다. 특히 공여자인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거래처인 의사를 보호하려는 관행도 부담이다. 영업사원이 다른 제약사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의사와 거래를 유지하는 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